봉화 엽총난사 피해자 가족 “이전부터 살해 위협 받아, 경찰은 묵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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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8월 22일 09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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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경북 봉화군에서 발생한 엽총난사 사건의 1차 피해자인 승려 임모 씨(48)의 부인 A 씨는 범인 김모 씨(77)가 사전에 범행을 예고해 경찰에 진정서를 냈지만 경찰의 안이한 대응으로 참사가 발생한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A 씨는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진정서를 낼 당시 경찰이)스님과 저보고 예민하다며, 증인 없고 목격자 없으니까 그만하라고 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봉화군 소천면 임기리의 한 사찰 승려인 임 씨는 A 씨와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평범하게 살다가 6년 전 불교에 귀의했다.

임 씨는 21일 오전 9시 15분경 귀농한 주민 김 씨가 쏜 총탄에 어깨를 맞아 부상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임 씨를 쏜 뒤 소천면사무소로 가 공무원 손모 씨(47·6급)와 이모 씨(38·8급)에게 엽총을 쐈다. 손 씨와 이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김 씨의 범행은 물 문제를 둘러싼 주민 갈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김 씨의 집을 포함해 주변 4가구가 간이 상수도 배관을 같이 사용하는데 최근 폭염과 가뭄으로 물이 부족해지면서 갈등이 생겼다는 것. 김 씨는 이 문제로 면사무소를 찾아 몇 차례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임 씨의 부인 A 씨는 “스님과 김 씨의 개인적인 트러블이 아니라, 김 씨가 옆집 분과 수도 문제로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스님이 종교인이다 보니 중재를 하고 ‘그러시면 안 된다’ 좀 타일렀다. 그랬더니 앙심을 품은 것”이라며 “김 씨는 평상시에도 자신이 해병대, UDT(해군특수전전단) 출신인데 사람 사 가지고 쥐도 새도 모르게 이장부터 시작해서 다 죽여 버릴 수 있다고 말하고 다녔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래서 김 씨 옆집에 살던 분은 무서워서 집 팔고 이사를 했다. 작년엔 손도끼까지 들고 저희 절로 왔었다, 스님 머리 찍어버리겠다고”라며 “그런 얘기들을 경찰서에 가서 말했지만 (경찰은)증언자도 없고 자기네들로서는 유해조수 때문에 총기 허가를 받고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 이거를 뺏을 만한 근거가 없다면서 오히려 스님과 저에게 좀 예민한 것 같다고 했다”고 말했다.

A 씨는 “‘사람 하나가 죽어나가야만 당신들이 신경을 쓸 거냐’ 그 말까지 했다”며 “경찰이 이렇게 편중돼서 말을 하는 게 어디 있냐. 사람이 살해의 위협을 느낀다고 말하는데 한 번도 시찰 안 나오고 총은 그냥 돌려주고 법적 근거 없다고 하고. 총을 돌려주면 살인자에게 총 주는 건데. 그렇게 말하고 얼마 안 지나서 일이 터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A 씨 주장에 따르면, 김 씨는 이웃에게 ‘총을 갖고 왔는데 7월 말에서 8월 중순이나 말 사이에 내가 깜짝 놀랄 일을 하나 한다. 민원을 내 뜻대로 안 해 준 면사무소 직원 2명과 스님, 마을 이장, 옆집 노인을 쏴 죽인다’고 타령을 했다고 한다.


A 씨는 “한 10일 전인가. 김 씨가 물이 안 나오자 또 면사무소에 가서 민원을 제기했나 보다. 공무원들은 ‘마을 전체가 단수니까 조금만 참아주십시오’ 했는데 거기에 앙심을 품은 것”이라며 “스님한테 먼저 총을 쏘고 면사무소에 간 거다. 그 전에 이장님도 쏘려고 했는데 이장님이 마침 병원을 가셔야 됐기 때문에 안 온 것”이라고 했다.

또 A 씨는 마을에 내려가려면 김 씨 집 앞을 지나가야 되는데, 임 씨와 A 씨 등이 지나갈 때마다 새를 쫓는다는 핑계로 총을 쏴 살인의 위협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경찰에서)증언을 해 줄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묵살 당했다. 예민하다는 말까지 듣고. 지금 가장 억울한 게 이거다. 언제부터 그렇게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법적인 근거 따졌나?”라며 “사전에 하루에 한 번씩이라도 A 씨 집, 동네 순찰만 돌았어도 이렇게 아까운 공무원들, 정말 착하신 분들이었다. 그분들 친한 분들이다”라며 울분을 토했다.

이에 대해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경찰의 대응과 관련, 절차상으론 문제가 없지만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거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같은 방송 인터뷰에서 “사람을 향해서 총을 쏜 적도 있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행위는 일종의 예고적 행위들일 수 있다”며 “문제는 현행법상 (경찰이)대면 접촉을 해서 일종의 경고를 한다거나 이러한 일들은 하지 못하게 돼 있다 보니까 굉장히 소극적으로 대응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 출동을 해서 이 사람의 위험 행위를 판단을 할 수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경찰이 그걸 평가하고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법적 근거가 취약하다 보니 이웃 간 갈등이 있을 때 경찰이 나서서 관여하게 되면 나중에 지나친 개입 행위를 가지고 고소를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까 경찰이 일종의 몸 사리기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교수는 “문제는 우범적 관리를 하는 부서와 총기 관리를 하는 부서가 서로 간에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것”이라며 “맨 처음 신고를 받았던 형사가 의지가 있었으면 이게 사건화가 되고 수사가 진행이 됐었을 수 있다. 김 씨가 경찰이 본인의 행적을 일거수일투족 감시하는 상황이라는 걸 인지했다면 지금과 같은 행위까지 이어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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