元 최후법전 '지정조격' 세계 첫 발견

  • 입력 2003년 5월 20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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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발견된 원나라 최후의 법전 ‘지정조격’의 일부.-사진제공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국내에서 발견된 원나라 최후의 법전 ‘지정조격’의 일부.-사진제공 한국정신문화연구원
1346년 중국 원(元)나라 순제(順帝) 때 간행된 법전 ‘지정조격(至正條格)’의 일부가 국내에서 발견됐다.

통제조격(通制條格) 원전장(元典章) 등 원나라 법전은 이미 상당수 발견돼 그 내용이 알려져 있으나 지정조격이 일부나마 발견된 것은 세계적으로 이번이 처음이다.

지정조격은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이 최근 경북 경주 손씨(孫氏) 종가에서 관리를 위탁받은 유물을 분류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이 문서는 조선 세종 초 승문원(承文院)의 박사를 지낸 손씨 가문의 손사성(孫士晟)이란 인물이 업무상 필요에 의해 직접 수집했거나 관에서 지급받은 고서일 것으로 추정된다.

지정조격은 형사법인 ‘단례(斷例)’와 일반 법률인 ‘조격(條格)’으로 나뉘어 각기 2책씩 총 4책이 완본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번에 발견된 것은 ‘단례’와 ‘조격’ 각기 1책씩 모두 2책이며 ‘조격’편은 훼손이 심한 상태다.

법제사 전공인 박병호(朴秉濠)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는 “통제조격 이후 바뀐 원나라 제도의 일부를 알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시아 유목민사 전공인 김호동(金浩東)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는 “지정조격이 원대 최후의 법전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는 있으나 통제조격과 지정조격의 간행연도가 10여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그 사이 큰 변화가 있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려사 전공인 노명호(盧明縞)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는 “이미 원대의 법률과 관습이 대부분 알려져 있어 내용상 특별히 새로운 점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서 자체는 658년 전 중국에서 인쇄된 고문서로서 보존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부분이 아니라 완본이 발견됐다면 국보적 가치까지 부여할 수 있는 문서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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