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하고 진심 가득한 배우 보면 저도 한마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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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 View]사람엔터테인먼트 이소영 대표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24일 만난 이소영 사람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배우가 가진 가능성과 정서를 고민해 한 명 한 명을 인플루언서 같은 1인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24일 만난 이소영 사람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배우가 가진 가능성과 정서를 고민해 한 명 한 명을 인플루언서 같은 1인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감동할 줄 아는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24일 만난 배우 매니지먼트사 사람엔터테인먼트의 이소영 대표(49)는 자신의 강점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세계선수권대회 탁구 남북 단일팀 결성을 다룬 영화 ‘코리아’(2012년)에 출연한 배우 한예리가 백상예술대상 여자 신인연기상을 받은 직후 이 대표 손바닥 위에 트로피를 올리며 “대표님이 하신 거예요”라고 말한 순간을 떠올리면 아직도 눈물이 난다. 한예리가 첫 할리우드 영화 주연을 맡은 ‘미나리’는 올해 제36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이제훈이 신일영 대위 역을 맡은 영화 ‘고지전’. 쇼박스제공
이제훈이 신일영 대위 역을 맡은 영화 ‘고지전’. 쇼박스제공
신인이었던 배우 이제훈이 영화 ‘고지전’(2011년) 최종 오디션에서 ‘절규하듯 대사를 해’ 그 자리에서 장훈 감독으로부터 ‘오케이’를 받았던 순간, 배우 권율이 6개월의 기다림 끝에 ‘명량’(2014년)에 캐스팅됐을 때 ‘만세’를 부르며 길거리를 뛰어다닌 모습을 지켜본 순간도 잊지 못한다.

“상을 받고, 작품이 대박 나는 것보다 배우의 절박하고 진심이 가득한 순간을 볼 때가 가장 감동적이에요. 그때를 떠올리면 저도 배우와 한마음으로 매 순간 절박해지거든요.”

다른 사람의 감정에 잘 이입하는 기질은 마케팅 일을 하던 이 대표를 배우 매니지먼트 업계로 이끌었다. 대학에서 관광학을 전공한 그는 여행사, 호텔, 외국계 기업 마케팅팀에서 일하다 남편과 디자인 회사를 세웠다. 마케팅 프로모션 중 신인 배우와 배우 지망생들을 알게 되면서 2006년 사람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이 대표에게 매니지먼트를 해볼 것을 제안했던 배우 조진웅은 같은 회사에서 ‘14년 지기’가 됐다. 현재 권율 김성규 변요한 윤계상 이제훈 이하늬 한예리 등 실력을 갖춘 개성 있는 배우 27명이 소속돼 있다.

“배우를 매니지먼트 하는 것은 나무 한 그루를 키우는 것과 같다”는 이 대표는 배우를 영입하는 데 신중을 기한다. 길게는 6개월 동안 배우를 지켜보며 충분히 대화를 나눈다. 배우 한 명 한 명을 심사숙고해 영입한 그는 조진웅을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드는 주연급 배우로 키웠고 이제훈 한예리 변요한 김성규 등을 발굴했다.

“예전엔 연기력을 중점적으로 봤다면 요즘은 인성과 자기 관리 능력까지 두루 살펴요. 남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듣는 자세를 갖췄는지, 배우로서 욕망과 목표는 무엇인지를 봅니다. 예술적 역량도 중요하지만 인성과 가치관도 대중이 닮고 싶어 해야 스타가 될 수 있어요.”

이 대표가 매니지먼트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건 ‘배우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예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던 그는 피아니스트를 꿈꿨다. 집 한쪽 벽은 아버지가 산 LP판으로 빽빽했다. 아버지가 틀어 놓은 스웨덴 가수 아바(ABBA) 음악을 유년 시절부터 들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3남매 중 맏이였던 그는 어머니에게 피아노를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마케팅 일을 하면서도 늘 피아노에 대한 미련이 있었어요. 꿈을 접었을 때 결국은 후회가 찾아오는 걸 알기에 배우들에게도 ‘1등보다 진짜 하고 싶은 것’을 좇으라고 말해요. ‘넌 스타가 될 거야’라는 말보다 ‘네가 하는 예술은 가치가 있다’는 용기를 주려고 합니다.”

사람엔터테인먼트는 콘텐츠 제작사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한국 영화를 세계인이 영어 자막으로 즐기는 시대’를 꿈꿨던 이 대표의 목표를 실현시키는 단계다. 2012년부터 ‘점쟁이들’, ‘분노의 윤리학’ 등 영화를 만들면서 제작 경험을 쌓았다. 소속 배우인 윤계상이 주연을 맡은 ‘유체이탈자’도 제작해 올해 개봉을 앞두고 있다.

“기존 플랫폼이나 시스템에 구애받지 않고 세계적인 창작자들과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한 줄의 스토리부터 시놉시스, 시나리오까지 다양하게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하는 중이에요. 기존에는 배우가 출연할 작품을 외부에서 찾았다면, 이제 콘텐츠 기획개발도 직접 하려고 합니다.”

이 대표가 배우 매니지먼트를 운영하면서 숱하게 들은 말이 있다. “사람에 투자하는 건 너무 위험하지 않냐”는 것. 그는 반문한다. “사람보다 더 안전한 게 있느냐”고.

“배우 한 명 한 명은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벤처’와 같아요. 가능성을 최대치로 확장시키기까지는 오래 걸릴 수 있지만 선한 아티스트는 언젠가 목표에 도달한다는 믿음이 있어요.”


○ 이소영 사람엔터테인먼트 대표는…

△1971년생
△‘동서여행사’, 스코틀랜드 백과사전 업체
‘브리태니커’ 한국지사 재직
△1997년 남편 김현석 대표와 재원디자인 설립
△2006년 사람엔터테인먼트 설립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사람엔터테인먼트#이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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