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도·무법지대’…보안사 사진첩에 드러난 5·18 왜곡 정황

  • 뉴스1
  • 입력 2019년 12월 3일 16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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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년만에 공개된 보안사 사진첩에서 5·18민주화운동을 왜곡·은폐한 정황이 다수 발견됐다.

5·18기념재단과 대안신당(가칭)은 3일 오후 2시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1층에서 39년동안 숨겨져왔던 5·18비공개 사진 대국민 설명회 ‘광주의 눈물, 그날의 참상’을 열어 그날의 진실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최근 공개한 보안사 사진첩은 5·18이 조작되고 왜곡됐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사진첩의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일지에 두목 김대중, 사회 홍(홍남순 변호사 추정), 청년학생 정(정동년 전남대학생 추정)이라고 명시하고 1980년 3월1일부터 제작해 5월28일까지 신군부가 ‘광주 5·18사태’를 유인해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왜 3월1일부터 제작을 하나”라고 반문하고 “김대중을 두목으로 해서 홍남순, 정동년, 5·18까지 그 문서에 의해 5·18은 조작됐고 또 그것에 의해 이들이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지원 의원은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을 자세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며 “5·18 당시 가장 먼저 외친 구호가 ‘김대중 석방하라, 전두환 물러가라’에서 출발했다. 자꾸 정치적 의미가 가미된다고 이 것(김대중 내란음모사건)을 역사 속에서 지우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사진 설명에 나선 김태종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연구실장 역시 “군이 진압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사진 설명을 왜곡한 것이 다수 발견됐다”며 신군부가 5·18을 왜곡·은폐했다는 사실에 힘을 보탰다.

그는 “시민군을 ‘폭도’, ‘극렬분자’, ‘사회혼란 조성자’, ‘난폭자들’로 표현해 사진 설명 자체가 왜곡된 것이 상당수였고 자신들에게 불리한 사진은 설명을 붙이지 않는 등 철저히 보안사 중심으로 작성된 정황이 보였다”고 말했다.

특히 “어머니가 도청 앞에서 아들을 데리고 들어가려는 사진을 ‘폭도가 된 아들을 말리는 어머니’라는 식으로 설명했고 무등고시학원에서 계엄군을 향해 야유하는 학생들을 끌고 내려와 마구 폭행한 사진을 ‘군경에 투석하는 난폭자들’라고 적어 사실을 왜곡하면서 진압의 정당성을 강조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민간인 사망자를 계엄군으로 표현하거나 5월22일 정훈활동 일지에 광주시 완전 무법지대(약탈과 살인)라는 설명으로 5·18을 왜곡한 정황도 발견됐다.

김 연구실장은 이날 5·18 진실과 진상규명을 위해 사진 추적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진압의 정당성을 내세우고자 왜곡한 보안사 사진첩에 대해 철저히 사진의 기원과 배경, 제작과정 등이 추적돼야 한다”며 “수의실에서 찍힌 사진도 정밀분석을 통해 체포자와 부상자가 누구인지 추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당시 나경택 기자, 이창석 기자가 촬영한 사진 말고도 보안사 요원, 편의대가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사진이 섞여있다”며 “시위자들을 근거리에서 촬영한 것과 일반 기자들이 접근할 수 없는 진압현장 사진, 계엄군 뒤에서 촬영한 사진 등을 명확히 구분해 진실규명에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실장은 “일자별, 시간대별로 정리가 되어 있는 사진첩에 집단발포 시기인 5월21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의 사진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는 사진첩 1~4권이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함께 일부 사진을 누락·은폐한 것”이라며 해당 사진 추적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해당 사진첩이 군 보고용과 5·18 재판 등에 활용하기 위한 대책 강구용으로 활용됐을 것이라는 신빙성있는 주장도 나왔다.

이성춘 5·18기념재단 자문위원은 “10권의 14쪽 하단 시위군중이란 글자를 볼펜으로 수정한 것을 볼 수 있는데 전형적인 오타 수정 사례”라며 “군에서 오타가 나면 현장에서 상급자가 수정을 해주는데 바로 그 것이다. 그래서 이 문서가 보고용으로 활용됐다고 추정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시민들이 ‘전두환 죽여’, ‘전두환 죽어라’라는 글씨를 쓴 것이 사진에 포함된 것과 관련해 “군에서 보고를 했다면 직접적인 단어가 포함된 것은 지웠을텐데 이 글자가 포함된 것으로 봐서 전두환에게 보고한 용도는 아닌 듯 하고 대외 선동용으로도 사용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성춘 자문위원은 해당 사진첩이 Δ군 정보활동과 채증자료로 활용 Δ군 작전보고서 작성에 활용 Δ각종 여론조성용과 대외 제공 사진용으로 활용 Δ5·18관련 재판 등 증거자료와 각종 상황대응 시 활용 등을 위해 작성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5·18이 80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관리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안길정 5·18기념재단 자문위원은 5권에 실린 ‘82년도 아시아자동차 방산물자 납품현황’을 가리키며 “1980년 5·18민주화운동 이후 1982년 사진과 자료도 포함됐다”며 “민주화운동 기간을 포함해 지속적으로 사진첩이 업데이트되고 관리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김대중 범죄개요가 문서 중간에 나오는 것을 지적하며 “다른 문건이 존재할 것이라는 합리적인 추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김대중 범죄개요가 문서 중간에 갑자기 나오는 것이 의문이다. 전체적인 체계로 보면 1~4권이 부재하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 1권부터 4권에 김대중이나 재야인사의 첩보상황이 있을 것이라 생각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대안신당은 이날 사진 설명회에 이어 5일 국회에서 보안대가 공개한 사진첩 외에 보안사가 1980년부터 2005년까지 만든 5·18관련 문서와 자료목록 2321건을 공개하기로 했다.

(광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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