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산업자본주의 체제는 욕망-중독 먹고 자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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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의 시대/로랑 드 쉬테르 지음·김성희 옮김/148쪽·1만3000원·루아크

표지는 알록달록하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저자는 욕망과 중독을 자양분으로 꽃피는 산업자본주의 체제를 마약산업과 연결지어 설명한다.

이를테면 자본주의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코카콜라의 출발도 코카인이다. 1886년 존 펨버턴이 처음 발명한 코카콜라는 L당 10g의 코카인을 포함하고 있었다. 그러나 펨버턴이 모르핀 중독으로 사망하고, 그의 아이디어를 인수한 아사 캔들러가 코카콜라를 천재적 상술로 포장해 히트 상품으로 만들었다. 1903년부터 코카콜라는 코카인이 아닌 코카잎 추출물이 들어간다.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은행을 버티게 만든 것도 코카인 밀거래다. 주택을 담보로 한 부실 대출로 은행이 무너져갈 때, 일반 투자자들은 돈을 빼갔지만 마약상만 유일하게 은행의 유동자산을 늘렸다. 마약 밀매로 얻은 수익을 세탁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오늘날에도 세계 경제는 여전히 코카인의 추출 변형 매매로 만들어진 돈으로 돌아가고 지탱된다”고 주장한다.

영미권 중심의 사고를 벗어나는 통찰은 미셸 푸코 등을 배출한 프랑스 지식사회 특유의 분위기도 느껴진다. 벨기에 브뤼셀브리예대학에서 법이론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철학자 질 들뢰즈와 법의 실천을 다룬 책은 물론 가미카제, 에로티시즘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차세대 지성인으로 꼽히고 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마취의 시대#로랑 드 쉬테르#산업자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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