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화제의 프로 ‘먹거리 X파일’… 이영돈 PD, 당신의 X파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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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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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요리 빼곤 잘할 자신… 조미료가 있으니까”

이영돈 PD는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을 “이기지 못하면 미쳐버리는 냉철한 승부사”로 소개하면서도 “방송 중에 피식 웃는 내 ‘썩소’가 매력적이라는 사람도 많더라”며 웃었다. 채널A 제공
이영돈 PD는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을 “이기지 못하면 미쳐버리는 냉철한 승부사”로 소개하면서도 “방송 중에 피식 웃는 내 ‘썩소’가 매력적이라는 사람도 많더라”며 웃었다. 채널A 제공
기름병에서 건져낸 듯한 번드르르한 미남, 아니다. 사투리가 섞인 말투, 예리하기보다는 얼마간 투박한 인상이다. 하지만 이 남자, 최근 그 어떤 프로그램 진행자보다 화제가 되고 있다. 시사고발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이영돈 PD(56)다. 종합편성TV 채널A의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금요일 오후 11시)이 각종 이슈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PD의 이름이 대중에게 각인된 시기는 2007년. 당시 KBS PD였던 그는 자신의 이름을 건 ‘이영돈의 소비자고발’을 진행했다. 이후 지난해 채널A로 자리를 옮긴 뒤 ‘먹거리 X파일’뿐 아니라 ‘이영돈 PD, 논리로 풀다’(월요일 오후 11시)도 성공시켰다. 그를 12일 오후 서울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사무실에서 만났다.

―먹거리 X파일을 보면 사먹을 음식이 없다. 단골 맛집은 있나.

“여의도에 있는 ‘ㄷ’ 생선구이 집이 있다. 구울 때 조미료는 안 넣고 소주를 뿌리는데 맛이 좋다. 개인적으로 마른 멸치에 고추장 찍어 먹는 것을 좋아한다.”

그는 웃으면서 “제보를 받았는데 마른 멸치가 먹을수록 더 ‘당기는’ 이유는 말릴 때 MSG(화학조미료)를 뿌렸기 때문이라는 거다. 현재 취재 중”이라고 말했다.

―요리를 잘하는지 궁금하다.

“라면 끓이는 거밖에 없다. 그런데 요리 만들라고 하면 잘할 것 같다. 조미료가 있기 때문이다. 조미료가 있으면 사람들이 맛있다고 생각하는 음식을 만들 수 있다. 식당에서 맛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착한 식당은 완전히 반대의 맛이다.”

부산 출신인 이 PD는 1981년 KBS에 입사한 뒤 1991년 SBS 개국에 참여했다가 1995년 KBS로 복귀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1993년), ‘생로병사의 비밀’(1997년), ‘마음’(2006년) 등 화제작들을 연출했다. “항상 성공만 해온 것 같다”고 묻자 “‘박중훈 쇼’(2009년·KBS)가 실패라면 실패”라며 웃음을 지었다.

―자신의 이름을 건 프로그램을 하게 된 계기는….

“‘이영돈의 소비자 고발’을 할 때 ‘방송이 네거냐’며 뒤에서 수군대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프로그램’보다 ‘사람’, ‘누구’를 기억한다. 프로그램에 나오는 사람이 얼마나 캐릭터화가 되느냐에 성공이 달려 있다. 시청자들이 나를 통해 간접 경험한 후 ‘저 사람이 하는 이야기는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면 대성공이다. 프로그램을 보러 오는 사람뿐 아니라 이영돈을 보러 오는 시청자도 생긴다. 두 요소가 합쳐질 때 프로그램이 폭발력을 가진다.”

―어눌한 말투 탓에 달변보다 더 진솔해 보인다. 의도적인가.

“조미료 냉면, 병든 돼지바비큐를 적나라하게 공개했다. 난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 원래 부산 사투리가 있고 말투가 유려하지 않다. 어색하면 어색한 대로, 보여주는 편이다.”

―계속 ‘신뢰’를 강조하지만 소송을 자주 당했다.

“PD 중에 가장 많이 중재재판에 간 거 같다(웃음). 하지만 재판에 가서는 대부분 승소했다. 기업을 죽이기 위해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아니다. 당장은 해당 기업이 어려워도 장기적으로는 더 발전할 수 있다. 나 역시 방송할 때 더 꼼꼼히 취재하고 겸손하려 노력한다. 그러다 보면 스스로 너무 위축되기도 한다. 심리적 위축 때문에 주기적으로 큰 슬럼프를 겪기도 한다.”

―슬럼프는 어떻게 극복하나

“고발은 쉬고 다큐멘터리를 하며 좀 쉬어간다. ‘마음’이 그렇다. 또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무조건 많이 본다. 아무리 졸려도 잘 때까지는 TV를 켜놓고 채널을 계속 돌린다.”

그는 “매일 오전 8시 반에 출근해 오전 2, 3시에 퇴근한다. 30분 단위로 스케줄이 잡혀 있다”며 “가족들 이야기하면 가슴이 아프다. 거의 빵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내와 두 아들을 두고 있다.

―방송 제작 31년차다. 만들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나.

“말하지 않겠다(아이디어를 공개하기 싫다는 의미). 사람들이 깜짝 놀랄 프로그램을 만들 거다. 최종적으로는 실제 일어나는 일 같은 ‘리얼리티 픽션’류의 영화를 제작하고 싶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채널A#먹거리 X파일#이영돈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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