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사주 팔자를 안다는 건 지도를 갖고 산에 오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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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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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운명 사용설명서/고미숙 지음/280쪽·1만3000원·북드라망

전국 어디를 가도 점집이나 역술원은 꼭 있다. 현재 활약 중인 역술가만 대략 30만 명. 고전평론가로 활동하며 지식공동체 ‘감이당’을 이끄는 저자 역시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 몰릴 때마다 역술가에게 의지했다. 하지만 의문이 생겼다. “이렇게 사주팔자가 유용하다면 왜 직접 배워볼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이 책은 그렇게 명리학(命理學)을 접해 연구해온 저자가 누구나 알기 쉽게 이 학문을 풀어 정리한 것이다.

사주와 팔자는 사람이 태어난 연, 월, 일, 시의 네 기둥(四柱)과 그곳에 각각 하늘(天干)과 땅(地支)의 기운으로 두 개씩 새겨진 여덟 개의 글자(八字)를 말한다. 저자는 사주팔자를 한 인간과 전 우주가 만나는 첫 순간을 기록한 일종의 ‘인증 샷’이라고 설명한다. “태아 땐 단전호흡을 하다가 엄마 배 속을 나오는 순간 폐호흡으로 바뀐다. 태어나자마자 첫 울음을 터뜨리게 되는데, 그 순간 전 우주의 기운이 폐호흡을 통해 아기의 신체에 각인된다.”

명리학에 따르면 세상은 양(陽)과 음(陰)에서 시작된다. 이것이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로 나뉘고, 그것에 다시 양과 음이 붙으면 10개의 천간(甲乙丙丁戊己庚辛壬癸)이 탄생한다. 예를 들어 갑과 을 모두 목의 기운이지만, 갑은 양목, 을은 음목이라는 것이다. 지지는 우리가 잘 아는 12지지(子丑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를 말한다. 또 일주(日柱·사주 중 태어난 날을 나타내는 기둥) 중 하늘의 기운인 일간(日干)을 ‘명주’라 해 ‘나’를 나타내는 사주팔자의 중심으로 여긴다. 즉 일간을 중심으로 여덟 개의 글자가 서로 기운을 주고받는다는 것이 명리학의 기본이다. 이처럼 책은 사주팔자의 뜻부터 생극(生剋), 충합(沖合), 살(殺), 대운(大運) 및 세운(世運) 등 명리학의 기본 요소들을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자신이 태어난 해와 달, 일과 시를 알면 만세력을 통해 쉽게 사주팔자를 뽑아낼 수 있다. 기자의 경우 일간이 임(壬)이다. 임은 양의 기운을 가진 물이다. 그래서 발산보다 수렴하는 기운이 강하다. 즉 일을 잘 벌이진 않지만, 일단 일에 들어서면 잘 마무리 짓는 편이다. 또 양의 물이기에 바닷물처럼 크고 힘차다. 아이디어와 독창성이 번뜩이고 환경에 따라 잘 변한다. 하지만 꼼수를 부리기도 하고 속으로 꿍치는 게 많다고 한다. 자평하건대 기자의 성격과 꽤나 비슷하다.

태어나는 순간 사주팔자, 즉 운명이 정해졌다면 우리는 왜 열심히 살아야 하는 걸까. 저자는 “사주팔자를 바꿀 순 없지만, 그것이 운명이 정해졌음을 의미하는 건 절대 아니다”고 강조한다. “사주팔자를 안다는 건 지도를 가지고 산을 오르는 것과 같다. 주어진 명(命)을 알고 따라가되 매 순간 다른 걸음을 연출할 수 있다면, 그때 비로소 운명론이 삶에 대한 비전 탐구가 된다. 앎이 곧 길이자 명이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책의 향기#실용기타#나의 운명 사용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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