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똑똑똑… 겨울밤의 불청객들, 외로운 두더지에겐 최고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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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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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두더지/김명석 지음/60쪽·1만 원·비룡소

안녕, 난 두더지야. 흙을 파서 만든 집에 살아. 시력이 나쁘고 성격이 소심한 내게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아. 밤거리를 거닐다 보면 불어오는 바람조차 무심하더라. 내가 있을 곳은 땅 속 집뿐이었지.

혼자 차 마시고, 혼자 TV를 보다가 쿨쿨 잠이 들어. ‘혼자 놀기’도 시간이 지나니 익숙해졌어. 하지만 마음속 그림자는 점점 더 커져갔지. 이리저리 책장을 넘겨보다가 멋진 집을 발견했어. 나도 그런 집을 짓기로 했지. 따뜻한 물이 펑펑 나오는 욕실을 만들고, 예쁜 꽃도 가꿨어. 향긋한 차를 마시면서 도란도란 얘기할 수 있는 거실도 꾸몄지. 맛있는 음식도 했어. 하지만 여전히 혼자였어.

쓸쓸한 하루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을 때 들려오는 소리. ‘똑 똑 똑.’ 계단을 부리나케 뛰어올라가 문을 열었어. 겨울잠 잘 준비를 못한 곰, 갑작스레 내린 눈에 집을 잃은 개구리, 겨우내 먹을 식량을 마련하지 못한 토끼와 구렁이. 이들에게 온기 가득한 음식과 포근한 거실을 내어 주었지. 따스한 차를 준비해 오니 이들은 어느덧 편안히 잠들어 있었어. 나도 그들 곁에 누워 눈을 감았지. 싸늘하고 거센 바람이 몰아쳐 온대도 외롭지 않았어. 행복한 밤이었지. 잠에서 깨어나니 아무도 없었어. 그때 선명하게 들려왔어, ‘똑 똑 똑’ 문 두드리는 소리.

외로움은 언제나 우리 곁을 맴돌아. 여럿이 함께 있더라도 나만의 세계에 잠겨 있다면 외롭기는 매한가지일걸. 닫힌 세계의 문을 열면 기쁨과 행복, 설렘이 찾아와. 외로운 두더지의 행복한 집짓기는 책갈피마다 판화로도 새겨놓았어. 출판사 비룡소가 주는 ‘황금도깨비상’ 2012년 그림책 부문 수상작.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책의 향기#어린이 책#행복한 두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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