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호색한 사내들을 멸시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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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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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혐오를 혐오한다/우에노 치즈코 지음·나일등 옮김
320쪽·1만4000원·은행나무

“너무나도 자명하게 존재하고 있는 탓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의식조차 할 수 없을 정도다.”

교토대 사회학과 명예교수인 저자는 세상에 퍼져 있는 여성혐오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이는 너무도 광범위한 문화적 사회적 영향 아래 있어, 여성조차도 스스로 여성을 혐오하는 행렬에 참여하기 일쑤라는 것이다. ‘혐오’라는 단어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멸시’로 번역하는 것이 더 적절할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인다.

저자는 먼저 호색한 남성의 심리에 돋보기를 갖다댔다. 호색한은 여자를 ‘좋아하는’ 자들이지만 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성적 도구로서의 여성일 뿐이다. 호색이 반응하는 대상은 여성의 존재 그 자체가 아니라 미니스커트와 같은 ‘여성을 나타내는 기호’다.

문학 작품 속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여성 멸시를 저자는 예리하게 들춰낸다. 1955년 전후 관념성을 떠나 일상성에 초점을 맞춘 ‘제3의 신인’ 그룹에 속하며 명성을 떨쳤던 작가 요시유키 준노스케(吉行淳之介)를 ‘여성 혐오 사상의 계보를 잇는 작가’로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는 ‘모래 위의 식물들’(1964년)에서 주인공인 평범한 샐러리맨이 찾는 창녀를 ‘남자의 분노와 우울을 처리해 줄 쓰레기터’로 그리고 있다. 그의 작품 속에는 실제 여성이 아니라 ‘남자의 망상 속에 있는 여자’만 있다는 지적이다. 아들의 유무로 서열이 달라졌던 일본 왕족의 서열 문화, ‘위안부’라는 단어에 숨어 있는 남성 중심적 시선, 부부간 섹스의 의무, 남성 연대를 강화하는 도구로서의 윤간 등의 주제를 다루며 그 속에 숨은 여성 멸시를 그려낸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책의 향기#인문사회#여성혐오를 혐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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