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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한국인의 神氣, 끓어넘쳐 K-pop을 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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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한국인의 神氣, 끓어넘쳐 K-pop을 낳다

동아일보입력 2012-04-28 03:00수정 2012-04-28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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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감탄한 한국의 신기/최준식 지음/360쪽·1만5000원·소나무
소녀시대. 동아일보DB
외국인들은 일요일에 대부분 교회나 절을 찾아 경건하게 보내거나 조용히 휴식한다. 그런데 한국인은 일요일 아침부터 노래하고 춤춘다. 지상파 TV 프로그램만 봐도 그렇다. ‘도전 1000곡’(오전 8시)과 함께 일어나, ‘전국노래자랑’(정오)을 보며 점심 먹고, ‘인기가요’(오후 4시), ‘열린 음악회’(오후 6시)에 이어 ‘콘서트 7080’(오후 11시)이 끝나야 잔다. 그래도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월요일 밤에 ‘가요무대’에서 또 노래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화여대 한국학과 교수(종교학 박사)인 저자는 케이팝(K-pop·한국대중가요) 한류가 갑자기 만들어진 게 아니라고 말한다. “노래와 춤을 좋아하는 민족이 주말이고 주중이고 가리지 않고 노래를 해댄 결과”라는 것이다. 전세버스를 타고 답사를 자주 가는 그는 지금껏 노래방 기계를 달지 않은 버스를 못 봤다고 한다. ‘삼국지’ 위지동이전에도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은 걸어 다니면서도 노래를 한다’고 나와 있으니 한국인들의 노래 사랑은 예부터 내려온 전통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인에게 내재한 이런 역동적 기운을 저자는 ‘신기(神氣)’로 표현했다. 6·25전쟁 직후 최빈국에서 50여 년 만에 선진국 대열에 오르는 기적을 이뤘고, 월드컵 때마다 거리로 뛰쳐나와 단체 응원전을 펼치며, 전 세계에 한류를 퍼뜨리는 힘의 뿌리도 신기라는 것.

이 같은 한국인의 신기는 고대부터 내려온 무교(巫敎)와 관련이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한국인들은 미신이라고 짐짓 무시하면서도 힘든 일이 생기면 무당이나 점쟁이를 찾아간다. 음주가무를 즐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굿판의 핵심은 가무와 망아경(忘我境)인데, 한국인들은 폭탄주를 말아 급하게 마시고 망아경에 가까운 상태에서 노래하고 춤춘다. 술을 조금씩 천천히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외국의 문화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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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신기가 한류의 원동력이 된 것은 자연스럽다. 저자에 따르면 냄비 속 내용물이 안에서 먼저 끓어올라 밖으로 넘치듯, 케이팝 한류가 성공한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인들 스스로가 노래와 춤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조선시대부터 내려온 유교적 전통, 즉 집단주의와 위계질서가 더해져 케이팝 한류 스타를 탄생시켰다는 해석이 흥미롭다. 케이팝 한류의 주역인 아이돌그룹들은 스스로 팀을 결성한 뒤 기획사를 찾아가 계약하지 않는다. 연습생 시절을 보내다 뽑혀 기획사가 만들어놓은 팀에 들어가는 구조다. 남남으로 만난 멤버들이 합숙하며 고된 훈련을 견딜 수 있는 것은 유교적 집단주의 의식에서 비롯된다. 또 그룹 내에서 철저하게 위계질서를 잡아야 가혹한 훈련을 거치고 그 많은 인원이 일사불란한 동작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우수한 케이팝 콘텐츠가 인터넷이라는 기술적 호재를 만나 전 세계에 쉽게 유통되면서 한류가 확산됐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쉬운 사례를 들고 구어체로 서술해 술술 읽히지만 구체적 근거 없이 저자의 주관적 의견을 내세운 부분들은 아쉬움을 준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책의 향기#인문사회#세계가 감탄한 한국의 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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