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탈북 기자가 토해낸 병영국가 북한의 행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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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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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북한, 어디로 가나/주성하 지음/328쪽·1만4000원·기파랑

13일 북한이 장거리로켓 ‘광명성 3호’ 위성을 발사했으나 궤도 진입에 실패했다. 북한은 왜 그토록 서둘러 ‘축포’를 쏘아 올리려 했을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권력을 세습한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사진)의 불안한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저자가 김정은 시대의 북한을 예측한 이 책에 따르면 이 같은 분석은 타당하다. 북한 주민들이 수십 년간 철권통치하에서 세뇌교육을 받았다고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젊은 지도자에 대해선 불안한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간부층을 중심으로 김정은에 대한 반감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정은 시대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북한에서 태어나 김일성대학을 졸업한 후 1998년 탈북해 동아일보 편집국 국제부 기자로 근무하는 저자는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첫째는 김정은 체제가 김일성 김정일 체제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노선을 견지하는 경우다. 안정적이긴 하지만 경제적 파국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는 경제 개혁과 개방을 택하는 것. 경제특구 중심의 발전을 추구하면서 내부 개혁을 병행하는 시나리오다.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일당 독재를 유지하며 경제 개혁을 추진하는 쿠바가 북한의 롤 모델이 된다.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의 매형 전영진이 올 초 쿠바대사로 파견된 것도 이 같은 이유일 수 있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셋째는 북한 체제의 붕괴다. 한국으로선 피해야 할 시나리오다.

저자는 “김정은은 첫 번째 시나리오를 견지하다가 두 번째 시나리오로 넘어올 것”이라며 “북한의 개혁 개방을 위해 한국이 적극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예를 들어 한국 건설업계는 북한 인프라 구축에 과감하게 뛰어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체제가 붕괴될 경우 북한 내부에서 아프가니스탄, 이라크보다 더 극단적인 폭력 저항이 일어날 수 있다는 서방의 시각에 대해 저자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반박한다.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서 주요 저항 세력은 종교적 신념을 가진 이슬람 원리주의자다. 하지만 현재 북한 주민들에게 김정은은 종교적 숭배가 아닌 공포에 기반을 둔 복종의 대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과거와 현재의 북한 및 북한 사람들의 생활상도 세세하게 소개한다. 문장 하나하나가 위트 넘치면서 통찰력이 담긴 점도 미덕이다. 한 예로 김일성과 김정일 사망, 그리고 김정은 등장에 대한 북녘 주민의 심정을 저자는 ‘엄청 잘나가는 남편을 신혼여행 갔다 사고로 잃은 신부의 심정’ ‘치매 걸린 할머니 20년 넘게 수발들다 떠나보내는 손녀 심정’ ‘빚 때문에 팔려가 일곱 살짜리 사내와 결혼해야 하는 아가씨 심정’으로 각각 표현한다.

남북한 주민들 간 묽어지는 형제애를 들춰낸 대목에선 가슴이 먹먹해진다. “남한 형은 북한 동생에게 돈을 보내주는 것이 부담스러워 만나지 않겠다고 했다. … 그런 줄도 모르고 북한의 동생은 하염없이 형만 기다린다. ‘형에게 2000달러만 도움을 받아도 그걸 장사 밑천 삼으면 우리 가족이 다른 삶을 살 것인데’라는 생각을 품고서 말이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책의향기#인문사회#김정은의북한어디로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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