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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김선달은 왜 한강 아닌 대동강 물을 팔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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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김선달은 왜 한강 아닌 대동강 물을 팔았나

동아일보입력 2011-12-17 03:00수정 2011-12-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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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의 마음/윤홍기 지음/416쪽·2만 원·사이언스북스
저자가 올해 9월 전북지역에서 행주형 풍수형국을 답사하다 드문 우물을 만났다. 옛 사람들은 배가 둥둥 떠가는 모양의 지형인 행주형 지역에서는 배 바닥에 구멍을 뚫는 것과 같다고 봐 우물 파는 것을 금기시했다. 윤홍기 교수 제공(왼쪽), 고구려 무덤에는 풍수에서 중요시하는 현무 주작 청룡 백호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사신도는 고구려시대에 이미 풍수가 도입됐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고구려 강서중묘의 사신도 중 청룡도를 모사한 그림. 사이언스북스 제공(오른쪽)
봉이 김선달은 왜 한강이나 금강이 아닌 평양의 대동강 물을 팔았을까.

풍수로 볼 때 평양이 배가 둥둥 떠가는 모양인 행주형(行舟形)이라는 사실을 알면 이를 풀이할 수 있다.

풍수에서는 지역의 경관을 사람이나 동식물, 또는 물건에 빗대 파악한다. 행주형 풍수 형국에 자리 잡은 마을에서는 우물을 파는 것이 금기시됐다. 배 바닥에 구멍을 뚫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양에서는 우물을 파지 않고 대신 냇물이나 강물을 식수로 썼다.

한국 전통문화에서 풍수는 땅을 이용하는 지침이었다. 옛 도시와 마을의 위치 및 구조는 풍수를 바탕으로 형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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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건물을 짓거나 조상의 묏자리를 마련할 때 풍수를 고려하는 문화가 남아있지만 이를 근거 없는 미신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 책의 저자인 윤홍기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환경학부 교수(67·문화지리학)는 “풍수에는 종교적 미신적 합리적 면이 조금씩 녹아있다”면서 “풍수가 우리 전통에 미친 영향이 크기 때문에 풍수를 모르고서는 한국의 전통 생태학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이 책은 풍수지리를 무조건 옹호하거나 풍수지리 보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풍수지리 사상을 통해 한국의 문화와 한국인의 마음을 읽으려는 문화지리학자의 연구를 담았다. 풍수의 기원부터 풍수가 품고 있는 환경사상, 풍수와 한국인의 마음의 관계, 대동여지도에 스며있는 풍수지리의 영향 등을 포괄했다.

책에 따르면 풍수는 상당히 환경친화적이다. 본보와의 통화에서 윤 교수는 “풍수로 길지(吉地)를 찾는다는 게 신빙성이 없고 미신적으로 보이지만 그 바탕엔 건전한 환경윤리가 깔려 있어 현대사회에 지혜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북 장수군 장수읍 선창리에 있는 양선부락의 사례를 들었다. 이 지역에는 풍수적으로 가구 수가 40호를 넘으면 마을의 운세가 기울어 가난해진다는 설이 있어 예부터 가구 수를 40호 이하로 유지하려고 노력해 왔다는 설명이다.

“개발 성장의 한계를 인정하는 생태적 접근이지요. 1972년 로마클럽이 ‘성장의 한계’라는 보고서를 냈는데 우리는 이미 수백 년 전부터 풍수를 바탕으로 이런 생각을 했던 거예요.” 보통 집을 가리켜 명당이라고 할 때 서북풍을 막아주는 산을 뒤로하는 남향집을 말할 때가 많다. 이런 집은 난방비를 20% 정도 절약할 수 있어 환경친화적이다.

저자는 땅을 보는 ‘마음 틀’을 뜻하는 ‘지오멘털리티(geomentality)’라는 개념을 고안하고 이를 책에서 소개한다.

각 민족과 종족, 공동체는 그 역사와 환경에 따라 땅을 보는 마음도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물론 한국인의 지오멘털리티에는 풍수사상이 깔려 있다. “프랑스인에게 빈 땅을 주고 가장 아름다운 경치를 만들라고 하면 베르사유 궁전 정원처럼 100% 인공적 스타일이 나옵니다. 반면 한국인은 정자를 짓고 연못을 파는 등 자연을 조금 수정하고 울타리를 칩니다. 문화적 정신이 땅에 투영되면 완전히 다른 경관이 형성되는 거죠.”

저자가 35년째 살고 있는 뉴질랜드에서 원주민 마오리족을 연구해 그들과 한국인의 지오멘털리티를 비교한 내용도 눈길을 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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