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미래는 나누는 사람들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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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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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타주의자가 지배한다/슈테판 클라인 지음·장혜경 옮김/
288쪽·1만4000원·웅진지식하우스
◇ 나눔은 어떻게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가/변광배 지음/212쪽·1만1000원·프로네시스

왜 우리는 두 번 다시 가지 않을 음식점에서도 팁을 주는 것일까? 남의 집 아이가 도로로 뛰어들면 왜 뒤쫓아 달려갈까? 왜 지진 참사 희생자에게 돈을 기부하며, 태안 앞바다 기름때를 지우러 수만 명이 봉사활동에 나서는 것일까?

우리 사회에서 88올림픽 이전까지는 ‘자원봉사’라는 단어조차 낯설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기부에 대한 인식은 크게 변했다. 이른바 ‘기부 바이러스’가 널리 퍼지고 있다. 2011년 11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중 36.4%가 기부에 참여하고 있고, 1년간 기부 횟수가 6.1회, 1인당 기부 현금이 16만7000원에 이른다.

‘이타주의자가 지배한다’는 사회생물학, 진화심리학, 뇌과학, 경제학 등 인간 행동을 연구하는 다양한 학문과 실험 결과를 토대로 이타주의자가 세상을 지배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이기적 유전자’로 유명한 리처드 도킨스는 인간에 대해 “유전자로 알려진 ‘이기적인’ 분자들을 보존하기 위해 맹목적으로 프로그래밍된 생존 기계”라고 정의했다. 경제학에서도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만 행동하는 이기적 존재다. 그러나 저자는 인류문명은 ‘이타주의 혁명’으로 시작됐다고 단언한다. 인간이 침팬지보다 지능이 높아진 것은 공동 육아를 통한 사회지능 확대 덕분이었다는 것.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한 삶에는 타인의 행복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현대의 경험주의 연구는 이를 실험으로 입증했다. 남을 돕고 관용을 베풀 때는 초콜릿을 먹거나 섹스를 할 때 활성화되는 두뇌회로를 자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친밀한 인간관계에서 나오는 호르몬은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면역체계를 강화시킨다. 그래서 이타주의자가 훨씬 건강하고 오래 산다. 모든 문화권에서 임신 출산의 부담을 안은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산다는 점은 그 증거다.

미래는 더더욱 이타주의자의 것이다. 자크 아탈리는 “지식정보 사회가 본격화할수록 ‘희소성’을 중시하던 과거와 달리 ‘다수의 풍요로움’이 더 중요해진다”고 말한다. 지식은 아무리 나눠도 줄어들지 않으며, 나눌수록 더 커지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1억 개의 위키피디아 항목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와 경쟁하는 무료 오픈 소스 프로그램이 거의 하룻밤 사이에 탄생했다.

‘나눔은 어떻게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가’는 인간이 기부를 하는 이유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담았다. 마르셀 모스, 조르주 바타유, 자크 데리다, 장 폴 사르트르가 집중하는 주제는 ‘기부의 순수성’이다. 모든 기부는 순수하지 않고, 대가를 바란다는 논란이다. 그래서 ‘익명의 기부’ 행위는 철학자들에게 가장 흥미로운 주제가 될 수밖에 없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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