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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예술]아버지는 성범죄자, 난 열아홉 막장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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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예술]아버지는 성범죄자, 난 열아홉 막장 청춘

동아일보입력 2011-10-01 03:00수정 2011-10-0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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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역열차/니시무라 겐타 지음·양억관 옮김/180쪽·1만1000원·다산책방
성범죄자인 아버지, 중졸 학력의 일일노동자, 작가 니시무라 겐타의 이야기다. 그는 자전적 이야기를 통해 밑바닥 삶에서도 한가닥 희망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다산책방 제공
일본의 대표적 문학상 가운데 하나인 144회 아쿠타가와상이 발표된 1월 일본 문단은 발칵 뒤집혔다. 수상자가 중졸 학력에 날품팔이를 하는 일일노동자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의 아버지는 그가 열한 살 때 성범죄를 저질러 신문에 신상이 공개된 성범죄자였다. 학교와 사회의 따가운 시선에 외톨이가 된 그는 중학교 졸업 이후 엄마와 떨어져 살았고, 부두 하역 일이나 경비원, 주류판매점 배달원, 식당 종업원 등 육체노동으로 밥벌이를 하며 밑바닥 생활을 전전한 진정한 마이너리티였다.

“수상은 글렀다 싶어서 풍속점(성매매업소)에 가려고 했었습니다. 축하해줄 친구도 없고, 연락할 사람도 없습니다”라는 수상 소감도 화제였다.

저자는 스물세 살 때 그와 비슷한 삶을 살았던 1920년대 소설가 후지사와 세이조의 소설에 경도됐고, 일과 글쓰기를 병행했다. 습작을 시작한 지 20년이 넘어 이름을 알리게 된 그의 소망은 이렇다. “작가로서 널리 인정받아, 비참한 꼬락서니로 원고를 들고 부탁하러 다닐 것 없이, 원고청탁이 당연하게 밀려드는 몸이 되고 싶다.”

올해 아쿠타가와상 수상작인 이 작품은 자전적 소설이다. 열아홉 살 간타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부두에서 하역 일을 하며 받는 일당 5500엔에 매달려 살아가는 날품팔이 인생이다. 일당은 하루 이틀 치의 밥, 술, 담배를 사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저축이란 개념은 없다. 그날 번 돈은 다음 날 일터에 나갈 전철비만 남기고 홀랑 써버리고, 손바닥만 한 자취방에서 배를 곯다가 또 이튿날 돈을 벌기 위해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떼어야 한다. 지독한 패배주의와 바닥에 떨어진 자존감, 내키는 대로 살아가는 간타에게 인생은 도무지 출구가 보이지 않는 긴 터널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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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이라고 할 수도 없는 삶을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는 것일까. 너덜너덜해진 자아로 인생의 종착점까지 달려갈 생각을 하니, 간타는 이 세상이 숨이 턱 막힐 만큼 무미건조한 고역과도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작품의 매력은 나락으로 떨어진 한 인간의 구질구질한 삶을 매우 사실적으로 조명하는 데 있다. 지독한 열등감에 휩싸여 원만한 대인관계를 갖지 못하고 툭하면 욱하고 폭발해버리는 간타의 위태롭고, 단조롭고, 반복되는 일상을 통해 사회적 냉대 속에 철저히 버려진 인간상을 날것 그대로 드러낸다.

하지만 중반 이후부터 특별한 클라이맥스 없이 이어지는 밋밋한 일상이 왠지 팥소 빠진 찐빵처럼 허허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에필로그처럼 붙은 또 다른 단편소설은 글을 쓰며 살아가는 저자의 현재를 너무 직설적으로 묘사했기에 앞선 열아홉 살 간타 이야기의 소설적 매력을 떨어뜨린다.

저자는 다음 주 국내 출간에 맞춰 한국에 온다. 그의 첫 번째 해외여행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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