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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사람의,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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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사람의,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도시’

동아일보입력 2011-07-02 03:00수정 2011-07-02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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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승리/에드워드 글레이저 지음·이진원 옮김/544쪽·1만8000원·해냄
‘도시의 승리’ 저자인 에드워드 글레이저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가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해 내한했다. 지난달 27일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서울의 인적 자원은 매우 훌륭하다”고 강조했다. 홍진환 기자 jeaa@donga.com
성공한 도시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생산성 높은 우수한 사람이 몰려 있고, 독창적이면서 성장 가능성 있는 중소기업이 많으며, 외부와의 교류가 활발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대표도시 서울은 어떨까.

“서울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도시 중 하나다. 그 어느 곳보다도 훌륭한 인적 자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기업의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 포드에 의존했다가 지금은 ‘유령 도시’가 된 디트로이트처럼 대기업 의존도가 높으면 산업의 변화에 따라 도시가 한순간에 쇠락할 수 있다. 또 서울은 굉장히 한국적이다. 한국의 고유성을 지키는 것도 좋지만 글로벌화를 지향함으로써 국가 간, 대륙 간 가교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도시의 승리’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해 지난달 26일 내한한 저자의 설명이다. 올해 2월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아마존 등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이 책은 “인간이 도시에 모여 삶으로써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경제 성장과 문명의 진보를 이끌었다”는 도시예찬적 내용을 담고 있다.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이자 세계적인 도시경제학자로 손꼽히는 저자는 서울을 비롯한 우리나라 도시의 발전 방안을 도시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조언한다.

수도권의 과도한 인적·물적 집중화 현상에 대해서 그는 “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도시들 간 공정한 경쟁에서 서울이 우세하다면 쏠림 현상은 당연하기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공공 부문의 지역 분산에 대해선 긍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공공 부문이 과도하게 서울에 몰려 있다면 일부 분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서울은 여전히 압도적인 도시로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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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서울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는 않다. 저자가 오랫동안 거주했던 미국 뉴욕을 비롯해 디트로이트 시카고 파리 뭄바이 도쿄 등 세계 여러 주요 도시를 예로 들며 △도시 성공과 인적 자본의 관련성 △고물가, 주택 부족, 교통 혼잡, 치안, 질병, 빈곤 등 고질적인 도시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법 △성공한 도시와 쇠락한 도시의 결정적인 차이 △도시 마천루가 가지는 의미와 성과 △스프롤(도시 확산) 현상의 득과 실 등을 설명한다. 그러나 서울을 포함해 우리나라 대표적 도시들이 쉽게 오버랩될 정도로 책의 내용은 국경을 넘어선 보편성을 지닌다.

저자는 도시에 대한 편견과 전원생활에 대한 환상을 여지없이 깨뜨린다. 많은 사람이 도시 빈곤 문제를 지적하지만 도시가 아무리 빈곤해도 시골보다는 부유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로 가난한 도시로 묘사되는 인도 콜카타의 빈곤율은 11%이지만 시골인 서벵골의 빈곤율은 24%나 된다. 그렇기에 시골의 가난한 사람들이 성공을 꿈꾸며 도시에 몰려들 수밖에 없다. 이런 의미에서 ‘도시의 빈곤 확대는 성공한 도시의 반증’이라는 것이다.

도시의 인접성, 친밀성, 혼잡성은 인재와 기술, 아이디어 같은 인적 자원을 한곳으로 끌어들인다. 성공하는 도시의 핵심 요인은 바로 사람이다. 사진은 미국 뉴욕의 스카이라인. 동아일보DB
“자연에서 사는 게 아이러니하게도 전혀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오히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속에서 사는 것이 자연에는 가장 좋다. 사람들이 밀착해 살기 때문에 이동 거리가 짧고, 자가용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집의 면적이 줄어 전체적인 에너지 소모량도 적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숲에 살면서 나무와 기름 등을 태우면 어떻게든 주변 환경에 해를 끼치게 된다. ‘월든’의 저자이자 대표적 환경운동가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사소한 부주의로 121만m²가 넘는 소나무 숲을 태워버린 일을 단적인 예로 든다.

저자는 ‘환경 보호나 전통 보존의 관점에서 도시를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반대하면서도 무분별한 도시 개발까지 옹호하지는 않는다. 경제적 합리적으로 따져본 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도시 계획의 밑바탕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 디트로이트의 주택 가격은 1950년대 최고점을 찍고 하락했다. 당시 시 당국은 슬럼가를 없애고 고층 건물을 지음으로써 위기를 돌파하려 했고 필요하지도 않은 인프라 확충에 수십억 달러를 낭비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사람 대신 건물에 투자한 건 도시정책의 가장 큰 실수”라고 강하게 비판한다. 디트로이트가 잘나가던 1920년대에 부와 정치적 영향력을 교육에 투자해 인적 자원을 개발했다면 지금의 모습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반면 소규모 영세 직물업자들이 모인 뉴욕은 1975년 파산 직전까지 갔으나 결국 도약에 성공했다. 창의적인 인재들이 모여 시대의 변화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서울은 디트로이트가 될 것인가, 아니면 뉴욕이 될 것인가. 저자는 말한다.

“사람은 혼자 있으면 큰 힘을 발휘할 수 없지만 서로 힘을 합치면 엄청난 성과를 낼 수 있다. 그게 가능한 공간이 바로 도시다. 도시는 콘크리트가 아닌 사람의 체취로 이뤄져 있다. 결국 사람이 중요하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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