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년회견에 내건 ‘확실한 변화’, 대통령 인식에선 안 보였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1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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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신년 기자회견에서 “혁신, 포용, 공정, 평화 여러 분야에서 만들어낸 희망의 새싹이 확실한 변화로 열매를 맺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회견장 뒤엔 ‘확실한 변화, 대한민국 2020’이라고 쓰인 플래카드도 걸렸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110분간 보여준 현실 인식에선 그 어떤 확실한 변화도 느껴지지 않았다. 일부 대목에선 자신의 책임도 인정하긴 했지만 현실적 대안 제시는 없었고 결국 남 탓으로 귀결됐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치의 극단 대치를 해소하기 위한 협치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선 직후 야당 방문과 야당 인사 입각 제안 같은 노력이 실패로 끝난 것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하지만 그런 보여주기 식 소통이나 야당 분열공작 논란을 낳을 사안을 협치 행보라고 볼 수는 없다.

문 대통령은 그 실패의 책임을 정치권으로 돌렸다. 국회의 무책임, 결국 야당 탓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였다. 문 대통령은 “말로는 민생경제가 어렵다면서 실제로는 정부가 성공하지 못하길 바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고 야당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다음 총선을 통해 그런 정치문화가 달라지길 바란다”며 선거 중립 의지를 의심케 할 ‘야당 심판론’을 펴기도 했다.

대북정책에선 작금의 북-미 간 교착상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낙관론에 기대며 남북협력 추진 의지를 거듭 밝혔다. 특히 “남북협력 과정에서 유엔 대북제재로부터 예외적 승인이 필요하다면 노력할 수 있다”고 했다. 남측과 대화를 거부하는 북한의 태도에도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남북협력을 위한 대화를 거부하는 메시지는 아직 전혀 없다”고 했다.

경제에 대한 자찬도 여전했다. 작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3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인구 5000만 명 이상인 국가 그룹) 중 2위’라는 낯선 통계를 소개하며 “어려움 속에서도 선방했다”고 했다. 하지만 10년 만의 최악인 성장률을 끌어올릴 대책은 없었다.

문 대통령은 ‘혁신’을 ‘포용’보다 먼저 거론했다, 하지만 승차공유서비스 갈등에 대해 “기존 택시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타다 같은 혁신적 영업이 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했다. 이런 ‘누이 좋고 매부 좋고’식 해법으로 혁신성장을 이룰 수는 없다. 부동산대책도 “더 강력한 대책을 끝없이 내놓을 것”이라며 고강도 집값 잡기만 예고했다.

낙관론은 즐비했지만 정확한 현실진단은 찾을 수 없었고, 변화를 얘기했지만 그 방향조차 읽기 어려웠던 회견이었지만 그럼에도 이런 소통의 기회는 더 자주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오해도 환상도 풀 수 있다.
#문 대통령#신년기자회견#대통령 신년회견#확실한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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