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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의 군대 사열[횡설수설/정연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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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의 군대 사열[횡설수설/정연욱]

정연욱 논설위원 입력 2019-11-16 03:00수정 2019-11-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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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 이국종 교수는 2011년 아덴만 여명 작전에서 총상을 당한 석해균 당시 삼호주얼리호 선장을 살려낸 공로로 2015년 명예 해군대위 계급장을 받았다. 재작년 4월엔 명예 해군소령이 됐다가 1년 8개월 만에 다시 중령으로 진급했다. 해군 의무 분야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민간인의 명예군인 위촉훈령’ 3조에 따르면 명예군인 계급은 명예 하사부터 명예 대령까지로 제한된다.

▷12일 제30 기계화보병사단 연병장에서 사단장과 우오현 SM그룹 회장이 함께 오픈카를 타고 장병들을 사열했다. 우 회장은 ‘명예 사단장’ 자격으로 육군 전투복과 사단장 계급(소장)에 맞게 별 두 개가 박힌 베레모를 착용했다. 이날 행사는 부대 운영에 지원을 많이 한 우 회장이 명예 사단장에 위촉된 지 1년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SM그룹은 인수합병을 통해 해운, 건설, 화학 기업 등을 거느리고 있으며 재계 순위는 2017년 46위에서 올해 5월 35위로 상승했다.

▷일선 부대에선 군부대를 후원하는 민간 기업인들을 예우하기 위해 ‘명예 사단장’ ‘명예 군단장’의 계급장을 붙여주는 관행이 아직도 일부 남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명예 사단장은 훈령에도 없으니 공인되지 않은 계급이다. 근거도 없는 명예 계급장이지만 ‘별’을 달아주면 기업인들의 지속적인 후원을 기약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것 같다.


▷군 위세가 셌던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기업 총수들이 평소 후원하던 군부대를 방문해 장병들 사열도 했다. 장병 사열엔 “이런 기업인들도 나를 후원한다”는 부대장들의 과시욕도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행사는 뒷말이 많이 나와서 과잉 의전은 점차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기업인들이 부대를 방문하면 부대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거나 위문품을 앞에 놓고 기념사진을 찍는 정도에서 행사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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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30사단 사열식에는 평소 야전부대에서 사용되지 않는 오픈카까지 등장했다. 오픈카는 인근 부대에서 빌려 왔다고 한다. 민간인을 상대로 한 사열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다고 해도 요즘 같은 시기에 이런 장병 사열식은 보기 드문 일이다. 더욱이 이런 행사를 국방홍보원이 발행하는 국방일보 지면에 버젓이 실은 것도 이례적이다. 기업인의 군부대 후원을 독려한다는 취지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과잉 의전이 아닐 수 없다. 이러니 대통령의 동생과 국무총리 동생이 우 회장의 SM그룹에 재직 중인 점을 지나치게 의식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도는 것 아닌가. 명예 사단장 의전 신경 쓰느라 군 명예를 실추시킨 과잉 의전이 아닐 수 없다.
 
정연욱 논설위원 jyw11@donga.com
#민간인#군대 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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