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동 건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 기업 옥죄기로 흘러선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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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 법무부와 더불어민주당이 11일 당정회의를 열고 전속고발제 폐지, 일감 몰아주기 규제 확대 등을 포함한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에 나서기로 했다. 앞으로 여야 논의를 거쳐 6월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일정을 잡아두고 있다. 당정은 1980년 12월 제정된 공정거래법을 39년 만에 처음으로 ‘전부 개정’할 수도 있다는 데 일단 공감대를 이뤘다고 한다. 전부 개정은 몇 개 조항만 고치는 ‘일부 개정’과 달리 이전 법 폐지 및 신규 법 제정 효과를 가질 만큼 법률 자체를 대대적으로 손보는 작업이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거래 형태도 다양해진 만큼 이를 반영해 공정거래법을 손질할 필요는 있다. 그 방향은 독점을 막고,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되 그 결과 전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소비자의 혜택을 넓히는 기본정신에 충실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준비되는 개정 내용들을 보면 경쟁 촉진보다는 기업에 대한 과잉 규제, 나아가 대기업 길들이기로 흘러가는 측면이 강하다.

예컨대 당정이 일정 부분 합의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의 경우 검찰의 기업에 대한 고발 수사가 빈번해지면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 재판에서 최종적으로 무죄 혹은 경미한 처벌로 끝날 경우라도 해당 기업은 이미지 손상 등으로 심대한 타격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많은 선진국에서 경쟁법 관련 위반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하지 않거나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또 다른 주요 안건 가운데 하나인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도 마찬가지다. 그룹 내 거래가 비계열사의 거래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하고, 나아가 탈세, 편법 상속에 동원되는 것은 철저하게 막아야 한다. 하지만 효율성, 보안성, 신속성 등의 필요에 의해 기업 간 내부거래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도 적지 않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그 과정에서 탈세 등이 있으면 엄격하게 처벌하면 된다. 전 세계적으로 일감 몰아주기라는 유형으로 기업을 제재하는 입법 사례는 찾아보기 힘든 것도 이 때문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은 정부와 정치권이 명분만 내세워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기업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와 경제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우리 경제 현실에 맞게 추진해야 한다.
#공정거래법 개정#전속고발제 폐지#일감 몰아주기 규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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