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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남성일]창조경제에 역행하는 서울시의 대형마트 품목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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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남성일]창조경제에 역행하는 서울시의 대형마트 품목제한

동아일보입력 2013-03-30 03:00수정 2013-03-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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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일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1963년 카르푸는 프랑스에 슈퍼마켓과 백화점을 합친 유럽 최초의 대형소매점을 열었다. 그와 비슷한 시기에 메이어는 미국 미시간에서 역시 슈퍼마켓과 백화점이 하나로 합쳐진 미국 최초의 슈퍼스토어를 열었다. 이것이 우리나라에서 대형마트라고 부르는 하이퍼마켓(hypermarket)의 시초다. 하이퍼마켓은 1980년대 후반 들어 세계적으로 급성장하기 시작했고 우리나라에서는 1993년 이마트 창동점이 최초로 문을 열었으며 이후 20년 동안 소매유통업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다.

이 대형마트와 대기업슈퍼마켓(SSM)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작년부터 의무휴업일을 두도록 한 데 이어 이번에 서울시는 51개 품목을 아예 팔지 못하도록 품목제한을 들고 나왔다. 51개 품목에는 배추 상추 콩나물 등 야채 17종을 비롯하여 두부 계란 어묵 등 신선조리식품 9종, 그리고 갈치 꽁치 고등어 등 수산물 7종까지 주요 식품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소주 맥주 막걸리 등 기호식품도 포함되어 있다. 서울시는 4월 초에 공청회를 개최한 후 국회의 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한다.

요컨대 서울시는 대형마트와 SSM이 주요 식품은 팔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그동안 빼앗긴 밥그릇을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 되돌려주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유통산업 발전의 핵심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나오는 어리석은 발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카르푸와 메이어는 식품과 일반생활용품은 각각 슈퍼마켓과 백화점이라는 별도의 공간에서 다룬다는 당시의 통념을 깨고 하나로 융합하는 발상의 전환을 했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이 발상의 전환에 대해 즐거운 마음으로 지갑을 열었다. 새로운 융합이 가져다준 혜택은 세 가지다. 첫째, 선택 범위가 넓어졌다. 소비자는 이제 콩나물 한 가지만 해도 여러 브랜드 중에서 고를 수 있다. 둘째, 가격이 낮아졌다. 생산자와의 직거래와 대형 구매를 통해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 셋째, 편리해졌다. 슈퍼마켓과 백화점을 따로 갈 필요 없이 한곳에서 두 가지 쇼핑을 할 수 있다. 또 힘들게 장바구니를 드는 대신 수레를 이용하여 차 트렁크에 바로 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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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가치, 편의성 이 세 가지야말로 소비자가 원하는 현대 유통서비스의 핵심인데 대형마트는 이걸 제공했고 전통시장은 못한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가 제 발로 옮겨간 것이지 대형마트가 뺏어간 것이 아니다.

대형마트는 생산자에게도 만족을 주었다. 많은 농민이 계약재배를 통하여 안정적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대형마트가 기상이변 등 불확실성에 따른 위험을 떠안아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가경제 전체로는 유통단계를 줄여 산업 생산성을 높이고 물가를 낮추는 데 일조하였다.

경제 외적으로 중요한 점은 골목상권의 몰락과 대형마트의 부상이 생활문화의 변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전통시장, 골목상권은 우리가 걸어 다니던 시대의 산물이다. 버스정거장에서 내려 콩나물 한 봉지, 두부 한 모 사가지고 집에 가던 시절에 위치적 이점으로 장사하던 곳이다. 그러다 자가용 보급과 더불어 타고 다니는 시대로 바뀌었고 대형마트는 가족이 함께 타고 가서 쇼핑하며 즐기는 곳이 되었다. 아빠는 스포츠숍, 엄마는 식품매장, 애들은 휴대전화매장 등 각자 관심 있는 곳들을 둘러보다 출출하면 푸드코트에 가서 각자 원하는 음식을 시켜 같이 먹는다. 운송수단 변화에 따라 생활문화가 바뀌고 그 과정에서 골목상권과 대형마트의 운명이 바뀐 것이다.

이미 생활의 일부가 된 대형마트에서 주요 식품 판매를 제한하겠다는 서울시의 방침은 산업과 문화의 흐름을 거스르는 반(反)역사적 몽니일 뿐이다. 그뿐만 아니라 목적하는 바인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리는 효과도 거둘 수 없을 것이다. 소비자가 당국의 뜻에 맞춰 고분고분하게 전통시장으로 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소비자들은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보다 서비스가 나은 대체 구매처를 찾을 것이다. 백화점, 중대형 슈퍼, 인터넷쇼핑 등이 대안이다. 이런 곳들은 신용카드도 받고 일부 반품도 받아주며 주차장도 있다. 그 다음으로 품목 자체의 대체품을 찾을 수도 있다. 예컨대 상추 대신 셀러리, 통배추 대신 절인 배추 등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이렇게 소비자들이 구매처를 다른 곳으로 하거나 품목 자체를 대체하면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에 돌아가는 소득은 예상보다 훨씬 작다.

이와 관련하여 의미 있는 연구 결과가 있다. 2013년 경제학학술대회에서 연세대 정진욱 최윤정 교수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작년부터 시행한 대형마트 영업일 제한으로 대형마트들은 매월 2307억 원씩 매출 감소가 있었는데 그중 재래시장과 골목슈퍼의 매출 증가로 연결된 것은 20%도 채 안 되는 448억 원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백화점 등 다른 구매처로 가거나 구매 포기로 거래 자체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기조는 창조경제이며 그 견인차는 융합과 통섭이다. 대형마트는 유통 융합의 교과서적 사례다. 그런데 서울시는 융합을 깨겠다고 한다. 중앙정부는 창조경제의 수레를 끌고자 발에 힘을 모으고 있는데 지방정부는 그 발밑으로 땅굴을 파는 모습이다.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대형마트 품목제한#전통시장#골목상권#창조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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