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리시험 수법-금액 구체적 진술… 제3의 의뢰자 있었을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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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경찰 ‘수능 대리시험’ 수사 확대


“내가 제시받았던 것이 1500만 원, (대리시험의) 가격대는 천차만별, 억 단위가 될 수도 있다.”

군 경찰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전달받은 1차 조사 자료에는 지난해 11월 14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대신 치른 공군교육사령부 소속 병사 A 씨(20)가 금품 액수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수능 대리 응시 가격을 묻는 지인의 질문에 A 씨가 이같이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또 “군대에 안 왔으면 풀컨디션으로 봐서 받았겠지만 대충 봤으니까 그 금액은 안 나올 것”이라고 했다. 군 경찰의 수사 자료대로라면 A 씨가 마치 수능 대리시험의 대가를 파악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 군 경찰, 대리시험 대가 금품 액수 진위 수사

우선 명문대 재학생인 A 씨는 수능 대리시험 대가로 받는 금액을 두 단계로 나눠서 설명했다. 대리시험으로 더 높은 점수를 받게 되면 더 많은 금액을 대가로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얘기한 것이다. 또 A 씨는 자신의 사진이 붙은 수험표를 들고 들어가는 방식이나 대리시험을 부탁한 상대방의 사진이 들어간 수험표를 들고 자신이 시험을 보는 대리 응시 방법도 구분했다.

군 경찰은 A 씨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한 뒤 이 수사 자료의 진위부터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추가 범행이 의심되는 대목이 수사 자료에서 여럿 발견된 만큼 군 경찰은 A 씨의 추가 범행이 있었을 가능성을 두고 수사 중이다. 수사 자료에 포함된 A 씨가 제안받았다는 1500만 원 등을 단서로 계좌 추적을 할 경우 제3의 의뢰자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달 12일 전역한 A 씨의 선임 B 씨(23)에 대해서는 군 경찰과는 별도로 서울 강남경찰서가 수사할 계획이다. B 씨가 A 씨에게 대리시험 대가로 금품을 건넸는지부터 경찰이 수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A, B 씨가 상명하복 관계가 철저한 군대 후임과 선임이라는 점 때문에 금품 대가가 아니라 강압에 의해 대리시험이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 “육안 확인 절차 허술… 지문 인식 도입해야”

“폐쇄회로(CC)TV 그런 것 없다. 생각보다 관리 감독이 허술하다.”

군 경찰의 수사 자료에는 A 씨가 대리시험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부분도 있다고 한다. 대학 입시 관련 교육당국 관계자는 “대리시험이 1년에 한두 건씩 행해지고 있을 것이란 이야기는 수년간 돌았다”고 말했다. 수능 대리시험은 2004년 이전에는 종종 한두 건씩 적발됐지만 2005년 이후에는 적발 사례가 없다. 2005년부터 수능장의 신분 확인 절차가 크게 강화됐기 때문이다.

규정대로라면 수험생은 응시원서를 낼 때 기존 사진보다 크기가 큰 여권용 규격 사진 2장을 함께 제출한다. 수능 당일 감독관은 수험생들의 응시원서를 들고 다니면서 수험생이 책상 위에 올려놓은 수험표와 비교하며 본인 확인을 한다. 매 교시마다 감독관이 2, 3명씩 들어가도록 되어 있어서 수능 당일에만 최소 9명에서 11명이 신분 확인을 하게 된다. 하지만 감독관이 고의로 신분 확인을 소홀히 한 게 아니라면 징계나 형사 처벌되지 않는다.

A 씨는 대리시험 방지 규정과 달리 수능 고사장에서 감독관의 관리 감독이 허술한 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한 고교 교사는 “수험생 얼굴 사진이 대부분 포토샵 처리가 돼 있어 구별이 어렵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수험생은 시험에 방해될까 고개를 들어 달라고 하거나 자세히 들여다보기 어렵다”고 했다. 박정현 한국교육정책연구소 부소장은 “육안으로 신분을 확인하는 방법은 늘 논란이 있어 왔다. 수능 원서 접수 때 한시적 개인정보 동의를 받아 생체정보인 지문 등으로 확인하게 하는 방법 등을 구상해 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한성희 chef@donga.com·최예나·강동웅 기자
#수능#대리시험#군 경찰#서울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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