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왕실 구성원들도 코로나 확진 늘어…“VIP 올수있으니 대비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9일 15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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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왕실 구성원들 사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자가 늘어나고 있다. 8일 뉴욕타임스(NYT)는 사우디 현지 병원과 왕실 소식통들을 통해 여러 명의 왕실 인사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됐고, 여기에는 수도 리야드 지역의 주지사인 파이잘 빈 반다르 왕자(77)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파이잘 왕자는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84)의 조카이며, 리야드 지역 주지사는 사우디 왕실에서 전통적으로 국왕 최측근이 담당하는 자리다.

특히 현지 의료진들 사이에서는 사우디 왕실 구성원들의 코로나19 감염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미 왕실 구성원 출신 감염자들을 위해 500 병상을 준비하라는 방침이 떨어졌다. 또 유명 병원인 킹파이잘 특수병원에는 “전국에서 VIP들이 올 수 있으니 이에 대비하라”는 e메일이 의사들에게 전달됐다. 현재 사우디에선 최대 150여 명의 왕실 인사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우디에선 9일 기준 2932명의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했고, 이중 41명이 사망했다. 이란(감염자 6만4586명·사망자 3993명), 터키(3만8226명·812명), 이스라엘(9404명·73명) 같은 다른 중동 국가에 비하면 적은 수치다. 하지만 사우디는 △이슬람교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 방문 금지 △국제선 운항 중단 △리야드 등 주요 도시에 대한 24시간 이동제한 같은 강경 조치를 유지하고 있다. 또 하반기에 예정돼 있는 정기 성지순례도 허용하지 않는 것을 검토 중이다. 살만 국왕도 감염을 우려해 제2도시인 지다 해안에 있는 섬의 궁전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우디 전문가인 미국 라이스대의 크리스티안 코아테스 울리히센 교수는 “(사우디에선 왕실) 가족들의 문제가 되면 긴급한 이슈가 된다”고 NYT에 말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사우디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정책은 지속적으로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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