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만원도 못 벌어”…대구 가구 절반, ‘긴급생계자금’ 신청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8일 21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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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입니다.”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박모 씨(64)는 얼마 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대구남부센터에서 4시간 이상 기다렸다가 겨우 대출을 신청한 기억을 지울 수가 없다. 박 씨는 “최근 하루 2만 원을 벌지 못해 생계를 걱정하는 처지”라며 “대출이 언제 나올지 몰라서 최근 대구시의 긴급생계자금도 신청하려고 장시간 또 줄을 섰다. 전쟁통이 따로 없는 것 같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대구 경북의 경제 상황이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셀프 자가 격리와 사회적 거리 두기, 잠시 멈춤 운동이 석 달째 지속돼 골목 경제마저 얼어붙었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당장 형편이 어려운 가구를 지원하는 긴급생계자금 신청건수를 보면 이런 현실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대구시는 3일부터 긴급생계자금 신청을 받아 8일 54만60건을 접수했다. 가구 단위로 신청하는 것을 감안하면 대구 전체 103만 가구의 절반가량이 급박한 손을 내민 셈이다. 가구당 50만~90만 원을 받으며 다음 달 2일까지 접수를 받는다. 1일부터 접수를 시작한 경북도는 8일 기준 41만2655건을 접수했다. 경북 전체 122만9000가구의 약 30%다. 가구당 50만~80만 원을 받으며 이달 29일까지 접수를 받는다. 전체 예산은 대구시 2927억 원, 경북도 2089억 원인데, 2차 추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 동구 신암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 씨(37·여)는 요즘 멍하니 하늘 보기가 일쑤다. 김 씨는 “음식 재료비, 월세 이것저것 빼면 손에 남는 돈이 몇 만원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길어지면서 손님 얼굴 보기가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돕기 위한 특별경영자금은 금세 동이 났다. 경북도가 2일 출시한 무이자, 무담보 대출 1조 원은 접수 닷새 만에 소진됐다. 대구시가 2일부터 시작한 6000억 원도 3000억 원 이상 신청을 받아 조만간 마감될 것으로 보인다. 시가 9일 공고하는 소상공인 생존자금 업체당 100만 원 지원도 벌써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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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생계자금을 신청한 가구 모두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격이 되지 않는데도 당장 힘들기 때문에 접수한 사례가 적지 않다. 실제 현재까지 대구시는 신청 가구 가운데 30~40%가량이 지원 대상이 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북도 역시 약 50%를 자격 조건이 되지 않는 것으로 분류했다.

대구 달서구에 사는 정모 씨(62)는 지난달 회사를 그만두고 막막한 마음에 신청했다. 정 씨는 “최근 경영이 어려워진 업체가 갑자기 여러 핑계를 대면서 해고했다. 자식들에게 손 내밀기가 부끄러워서 긴급생계자금을 신청했는데 지원 대상이 될지 모르겠다”며 걱정했다.

온라인 정책 제안 사이트 ‘토크 대구’에도 이 같은 글이 쏟아졌다. 한 시민은 “건강보험료 직장 가입자 1인 기준이 월 5만9118원인데, 현재 6만 원 정도라서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지원했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보완책 마련에 들어갔다. 우선 5명을 초과하는 가구의 건강보험료 기준을 6~10명 식구 수에 따라 나눠서 적용키로 했다. 기존에는 5명 초과 가구로 일괄 포함시켜 논란이 일었다. 대구시 관계자는 “비대상자로 처리된 시민들은 10일부터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긴급생계자금 신청건수가 처참한 지역 경제를 보여준 만큼 장기적 관점으로 회생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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