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오늘과 내일/허진석]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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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만든 변화들 스며드는 중… ‘AC 시대’를 전제로 계획 세워야

허진석 산업2부장
허진석 산업2부장
영화 같은 현실은 계속되고 있다. 지인의 모친상이 있어도 조문을 가는 것이 저어되고, 상주는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 계기가 될까 봐 조문객이 오는 것도 부담스럽다. 결혼식은 또 어떤가. 혼인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지만 많은 이들이 혼사를 미루고, 식을 올리더라도 주변의 양해를 구하면서 동영상 중계나 가족만의 결혼식으로 단출하게 치르고 있다. 예의를 중시하는 한국에서 상·혼례 예법까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일상은 물론이고 일하고 배우는 방법, 여가를 즐기는 부분에서도 새 문화는 서서히 우리 사회에 스며드는 듯하다. 생필품이 떨어지면 바로 휴대전화를 꺼내 들어 온라인으로 주문을 하게 된다는 사람이 많아졌다. 집 안 인테리어와 게임기, 완구의 매출이 늘 정도로 집에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도 늘었다. 어른들이 화상통화와 인터넷으로 일을 하듯이 아이들도 동영상 강의로 배우는 데 익숙해지고 있다. 아이들은 개학을 하더라도 당분간은 온라인에서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야 할 정도다. 운동을 모여서 하기 어려우니 집 안에 운동기구를 들이는 사람도 많아졌다. 이들은 온라인으로 트레이닝을 받으며 체력을 키운다. 유명 운동선수들이 온라인으로 모여서 기초체력을 다지기 위해 사이클 경주대회를 여는 모습은 새로운 비즈니스의 문을 열어젖힌 것으로도 보인다.

관건은 이런 현상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이다. 가늠하건대 이미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길로 접어들었다. 전망의 근거는 이렇다. 1일 확진자 수가 0명이 된다면 마음을 놓을 수 있을까. 확진자 수 증가가 0명이 된다고 하더라도 신종 바이러스는 사라진 것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 늘 있지만 사람이 조심을 해서 감염자가 폭증하지 않을 뿐이다. 이전과 같은 생활 방식으로 온전히 돌아갈 수는 없다는 의미다.

더구나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기까지는 이르더라도 1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 여러 나라에서 매달리고 있지만 연내에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올 가능성은 적다. 1년이면 오프라인 파티가 어색할 만한 시간이다.

그럼 치료제나 백신이 나오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잠복기에도 다른 사람으로 옮겨가고,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도 감염을 일으켜 인류를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바이러스 자체의 치명성보다 각 국가가 감당할 수 있는 수보다 많은 환자를 한꺼번에 발생시킴으로써 사람들을 죽이는 것이다. 국가의 치료 능력을 무한정 늘릴 수는 없다.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된다고 하더라도 교통의 발달로 지구촌 생활을 하는 인류에게 이번과 유사한 바이러스가 출현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그렇게 예측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은 이미 비이성적인 것이 됐다.

애프터 코로나(AC·After Corona) 시대가 시작됐다는 것을 전제로 일상은 물론 비즈니스도 점검해야 하는 시점이다. 코로나가 일으킨 폭풍우 중 아직 우리에게 나타나지 않은 여파가 있다. 실직 사태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완충 역할을 하고 있지만 지구촌 전체의 경제 규모가 1년 이상 축소된다면 그 여파는 한반도로도 닥쳐올 공산이 크다.

개인들은 투자 관점에서도 AC 시대를 전제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최근 경매에 나오는 상가의 낙찰가율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데, AC 시대를 고려한다면 예전처럼 상가가 인기를 끌기는 힘들 것이다.

코로나 사태가 지속되면서 실물 경제의 환경도 이미 바뀌고 있다. 유가 하락과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유럽에서는 환경 규제를 느슨하게 적용할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 산업의 확산은 더 더딜 수밖에 없다.
 
허진석 산업2부장 jameshuh@donga.com
#코로나19#ac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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