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자팔찌보다 능동적 시민의식이 최선의 방역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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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47명 늘어나 이틀째 신규 환자가 50명 이하로 유지됐다. 전체 누적 환자 수는 1만331명으로 전파 속도가 상당히 완만해졌다. 다만 해외 유입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고 수도권 내 집단감염이 산발적으로 발생해 언제 불길이 다시 커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1일부터 모든 해외 입국자가 자가 격리되면서 그제 기준으로 자가 격리 중인 사람이 4만6566명까지 늘었다. 앞으로 8만∼9만 명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이들을 관리할 행정력이 머잖아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지금도 자가 격리 앱이 설치된 휴대전화를 두고 외출하거나 위치추적 장치를 끄면 사실상 관리가 불가능하다. 실제 자가 격리 중 이탈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적발돼 사법 처리가 진행 중인 사람만 해도 75명이다.

코로나19는 별다른 증상 없이 회복되는 무증상 감염자가 많다. 잠복기에도 쉽게 감염시킨다. 이런 특성상 아무리 사회적 거리 두기와 자가 격리 준수를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소수의 일탈 사례로 인해 공든 탑이 무너질까 우려스럽다.

급기야 정부는 어제 국무총리 주재 비공개 회의에서 전자팔찌 의무 착용을 논의했다. 이 기기를 착용하고 스마트폰에서 20m 이상 떨어지면 경보음이 울리고 그러면 공무원이 직접 찾아가 확인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인권침해적인 요소가 적지 않고 수만 명에게 전자팔찌를 공급할 업체가 확보되지 않아 도입을 보류했다.

나와 가족, 이웃, 그리고 의료진을 위한다는 자발적인 시민의식과 행정적 뒷받침으로 자가 격리를 철저히 준수하도록 독려해야지 전자팔찌 같은 인권침해 논란 소지가 있는 수단에 솔깃해 괜한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사회적인 낭비다. 보건당국은 19일까지 사회적 거리 두기를 다시 연장했다. 불편이 따르는 일이지만 우리의 시민의식보다 더 강력한 방역 수단은 없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코로나19#시민의식#전자팔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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