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기 V자형 급반등” vs “나이키형 느린 회복”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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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美전문가 경기전망 제각각

미국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가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해 2분기(4∼6월) 미 경제가 급격히 추락한 후 공격적인 재정 및 통화정책에 힘입어 3분기(7∼9월)에 큰 폭으로 반등하는 ‘V자 회복’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 케네스 로고프 미 하버드대 교수, 마크 잔디 무디스애널리틱스 수석이코노미스트 등 유명 전문가들이 회의적 반응을 보여 ‘V자’ 회복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 전문가들 경기회복 논쟁 격화


스티글리츠 교수는 이날 블룸버그뉴스에 “2분기 말까지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라질 것으로 확신할 수 없다”며 ‘V자 회복’에 회의적인 태도를 취했다. 현 상황이 올여름까지 이어지면 경제 악영향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가계와 기업이 빚을 갚지 못해 파산으로 내몰리는 ‘금융 정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로고프 교수 역시 금융전문지 배런스에 “항공, 호텔, 금융 부문 등의 소규모 기업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며 3분기 V자 반등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잔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분기 미 성장률이 ―25.0%를 기록했다가 3분기 15.0%로 반등한 후, 4분기(10∼12월)부터 성장세가 다시 둔화되는 ‘나이키형’을 예상했다. 스포츠업체 나이키의 로고 모양처럼 경기가 급격히 하강해 저점을 찍은 뒤 오랫동안 느리게 회복한다는 뜻이다.

캐서린 맨 씨티그룹 수석이코노미스트 역시 “서비스 의존적인 선진국 경제가 하반기에도 정상 궤도에 오르기 어려울 것”이라며 급반등에 반대하는 시각을 드러냈다. 최근 또 다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역시 2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0%에서 ―30.0%로 대폭 하향했다.

반면 세계 금융위기 당시 전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사령탑으로 재직했던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골드만삭스의 전망에 동조하는 편이다. 그는 “현 상황은 대형 눈폭풍에 가깝다. 매우 가파른 침체와 꽤 빠른 회복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 지역 연준 총재 12명 중 통화긴축 선호 성향이 높은 것으로 유명한 ‘매파’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준 총재 역시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라지면 모든 사람이 일터로 돌아갈 것”이라며 ‘V자 반등’을 예상했다. 그는 지난달 2분기 미 실업률이 32.1%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 2분기 급추락 후 3분기 급반등


골드만삭스는 올해 1분기(1∼3월)와 2분기 미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각각 연율 기준 ―9.0%, ―34.0%로 제시했다. 2분기 예상치는 기존 ―24.0%보다 10%포인트 낮다. 역대 최악이었던 1958년 1분기의 세 배에 이르는 충격이 올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2월 3.5%였던 미 실업률이 올해 중반 15.0%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기존 전망치 9.0%보다 훨씬 높다. 미 노동부는 지난달 15∼21일 신규 실업급여 신청자가 328만 명이라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이 수치 역시 이번 주 550만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즉 실업자 증가가 미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에 타격을 입혀 경기 부진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이 나타난다는 의미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3분기에는 미 경제 활동이 빠르게 되살아나면서 성장률이 19.0%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 이유로 연준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모두 경기 부양을 위한 공격적인 재정 및 통화정책을 내놓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또 행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연장 정책, 코로나19 검진 확산 등에 따라 향후 1개월간 미국 내 전염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비(非)대면 접촉이 많은 제조업이 서비스업보다 빠른 반등을 보일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3분기 급반등 전망에도 불구하고 1, 2분기 마이너스 성장의 여파가 워낙 커 올해 전체 성장률 전망치는 ―6.2%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공황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이윤태 기자
#코로나19#미국 경제#경기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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