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의 시간’ 넷플릭스행 파장…영화 생태계 변화 조짐

  • 스포츠동아
  • 입력 2020년 4월 2일 06시 57분


박정민·이제훈·최우식·안재홍(왼쪽부터)이 주연한 영화 ‘사냥의 시간’이 10일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이는 감염병 확산의 여파이지만, 이를 계기로 향후 영화계가 전통적인 극장 개봉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유통망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박정민·이제훈·최우식·안재홍(왼쪽부터)이 주연한 영화 ‘사냥의 시간’이 10일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이는 감염병 확산의 여파이지만, 이를 계기로 향후 영화계가 전통적인 극장 개봉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유통망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영화계 “일부 영화사들이 먼저 제안”
최악 극장가 OTT 현실적 대안 부상
‘사냥의 시간’ 제작비 보장 등 매력 조건
날 세웠던 투자배급사도 합의 방향

영화 ‘사냥의 시간’은 변화의 시작일까.

이제훈·최우식 주연 ‘사냥의 시간’(감독 윤성현·제작 싸이더스)이 극장 개봉 대신 넷플릭스 공개를 택하면서 영화시장에도 여파가 미치고 있다. 관객이 크게 줄어들고 잇따라 신작 개봉이 연기되면서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이 일부 상영관의 영업을 중단한 상황에서 한국영화가 활로를 찾기 위해 넷플릭스 등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와 조심스럽게 의견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일 한 영화계 관계자는 “현재 극심한 어려움이 상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며 “구체적인 언급은 어렵지만 넷플릭스에 먼저 제안하는 영화는 물론, 아직 배급사를 찾지 못해 OTT 협의를 고민하는 영화사들도 있다”고 밝혔다.

앞서 ‘사냥의 시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당초 2월26일 개봉 계획을 연기했다. 제작 여건상 더는 미룰 수 없게 되면서 넷플릭스와 손잡고 10일 공개키로 했다. 개봉일을 확정한 한국영화가 극장을 포기하고 OTT로 선회한 첫 사례로, 화제와 논란을 동시에 일으켰다. 특히 이 영화의 해외 판매를 담당한 회사 콘텐츠판다는 “판매가 이뤄진 영화의 이중계약”이라고 맞서면서 법정 분쟁까지 예고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영화계의 위기가 쉽게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다 3월 한 달 동안 극장 관객수가 2004년 이후 최악의 성적표(183만여명)로 나타나면서 ‘사냥의 시간’이 택한 방식이 오히려 현실적인 ‘대안 모델’이 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처음엔 날을 세웠던 ‘사냥의 시간’의 투자배급사 리틀빅픽처스와 콘텐츠판다 역시 위기감이 날로 증폭되자 원만한 합의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1일 리틀빅픽쳐스 관계자는 “이견을 좁히고 긍정적인 방안을 찾기 위해 서로 노력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영화계에서 ‘사냥의 시간’ 모델에 관심을 쏟는 또 다른 이유는 투입된 제작비를 어느 정도 보장받고, 넷플릭스가 서비스하는 190여개국에서 동시 공개한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지금처럼 극장에서 개봉한다 해도 관객 동원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영화 제작진에게는 매력적인 대안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시선이다.

다만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뒤 어떤 반응을 얻는지에 따라 흐름은 달라질 수도 있을 전망이다.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아직까지 ‘사냥의 시간’은 특수한 사례”라며 “반응이 어떻게 나오는지에 따라 향후 상황을 예측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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