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100년을 준비합니다]수영 빙상 사이클 든든한 후원자로… ‘감동 드라마’ 쓰다

동아일보 혁신과 도전의 100년
〈4〉비인기 종목을 대중 스포츠로

‘마린보이’ 박태환 모두 이 대회를 빛낸 스타 출신이다. 동아일보DB

‘마린보이’ 박태환은 2011년 8월 4일자 동아일보 1면에 채널A 첫 공채 소식을 알리는 사고(社告) 모델로 등장했다. 당시 엄청난 인기를 누리던 박태환이 ‘채널A 모델’을 흔쾌히 수락한 데에는 동아수영대회를 통한 동아미디어그룹과의 각별한 인연이 있었다.

서울 도성초 6학년이던 2001년 동아수영대회 첫 금메달을 따낸 박태환은 2005년 대회에서 자유형 200m(1분50초41), 400m(3분50초37)에서 잇달아 한국기록을 세우며 단숨에 한국 수영의 간판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한국 수영의 새 역사를 썼다.

동아수영대회는 한국 수영 스타의 등용문으로 통한다. 1970 방콕, 1974 테헤란 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 총 4개를 수확한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 동아일보DB

동아수영대회는 1929년 9월 1일 서울에서 열린 제1회 전조선수영경기대회가 그 모태다. 동아일보는 조선체육회(현 대한체육회)와 이 대회를 공동 주최하기 직전인 그해 8월 2일부터 강원 원산 송도원 해수욕장에서 수영 강습회를 열었다. 내국인을 대상으로 열린 첫 경영 강습회였다. 여기에 참석한 유지들은 조선수영구락부를 만들기로 뜻을 모은다. 1966년 이 단체가 이름을 바꾼 게 지금의 대한수영연맹이다. 동아수영대회가 곧 한국 수영의 뿌리였던 것이다.

1982 뉴델리, 1986 서울 대회를 통해 아시아경기 6관왕에 오른 최윤희. 동아일보DB

자연스레 동아수영대회는 한국 수영 스타의 등용문이 됐다.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 ‘아시아의 인어’ 최윤희(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모두 동아수영대회를 거쳤다. 현재 한국 수영 간판 김서영 역시 ‘동아수영’을 통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겨울을 대표하는 스포츠 빙상도 동아일보가 근대사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에서 처음 열린 빙상 대회는 1923년 1월 동아일보 평양지국에서 개최한 ‘대동강 빙상 운동대회’였다. 이후 동아일보 본사에서는 1925년 1월부터 전조선빙상경기대회를 조선체육회와 공동 주최하기도 했다. 한국 선수가 처음 태극기를 달고 올림픽 무대에 나선 건 1948년 1월 30일 개막한 생모리츠 겨울올림픽이었는데, 참가 선수 3명 가운데 2명이 전조선빙상경기대회 출신이었다. 첫 여성 빙상 경기를 후원한 것도 동아일보였다. 동아일보는 1934년 열린 제1회 전조선여자빙상경기대회 소식을 전하면서 “여성에게 완전히 문호를 개방해… 빙반 상에서 진취적 기백을 함양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회가 ‘피겨 여왕’ 김연아, ‘빙속 여제’ 이상화가 탄생할 수 있던 뿌리가 된 셈이다.

1968년 제1회 4·19의거 기념 전국시도대항 사이클경기대회 출발 모습. 동아일보DB

도로 위에서도 동아일보의 도전은 이어졌다. 동아일보는 1968년 “인기 구기종목에 눌려 그늘에서 허덕인 사이클 경기에 활력소를 불어넣겠다”면서 ‘제1회 4·19의거 기념 전국 시도 대항 사이클 도로 경기’를 개최했다. 그해 4월 18일 서울 광화문 동아일보 사옥 앞을 출발해 일주일 동안 전국을 순회한 뒤 다시 광화문으로 돌아오는 코스였다. 한국을 도로 경기에서 아시아 최강으로 올려놓은 동아사이클은 여러 사정으로 1997년에 30년의 역사를 접었다. 당시 사이클 관계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긴 일이었다. 하지만 동아일보는 이후에도 2009년 투르 드 서울 국제사이클대회, 2010년 투르 드 DMZ∼서울 국제사이클대회를 개최했고, 2016년부터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단독으로 개최했던 투르 드 코리아를 공동 주최하며 한국 사이클 발전을 이끌고 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