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비극… “빈곤층은 계속 죽어가고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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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들의 허브 엠허스트의 참상
의료보험 없는 불법체류자들 생계위해 거리 내몰려
넘치는 시신… 병원 한쪽엔 냉동 트레일러 설치

간호사들 “보호장구를 달라” 28일 미국 뉴욕 브롱크스의 재코비 메디컬 센터에서 간호사들이 “보호장구가 더 필요하다” “당신의 생명을 살릴 수 있게 우리의 안전을 보호해 달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며 의료진의 보호장구 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 24일 뉴욕에서 한 간호사가 확진 판정 뒤 사망하자 의료진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뉴욕=AP 뉴시스
간호사들 “보호장구를 달라” 28일 미국 뉴욕 브롱크스의 재코비 메디컬 센터에서 간호사들이 “보호장구가 더 필요하다” “당신의 생명을 살릴 수 있게 우리의 안전을 보호해 달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며 의료진의 보호장구 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 24일 뉴욕에서 한 간호사가 확진 판정 뒤 사망하자 의료진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뉴욕=AP 뉴시스
미국 뉴욕 퀸스 엠허스트가 빈부 격차에 따라 급격하게 나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피해 정도를 보여주는 증거로 부상하고 있다. 인구 8만8000명의 약 23%(2만 명)가 중남미, 아시아계 이민자인 이곳이 뉴욕의 다른 지역보다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시립 엠허스트병원에서는 25, 26일 양일간 각각 13명, 4명의 환자가 숨졌다. 한 응급 요원은 뉴욕포스트 인터뷰에서 “중환자실이 환자들의 기침과 헐떡이는 숨소리로 가득 찼다”고 전했다. 출입구 한쪽에는 시신을 임시로 보관하기 위한 냉동 트레일러가 설치됐다. 병원 밖에는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이는 56만 명의 불법 체류자가 거주하는 뉴욕에서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불법 이민자 출신 저임금 노동자가 처한 현실을 보여준다. 이들 대부분은 맨해튼 식당 등에서 음식 배달 등을 하며 근근이 살아간다. 방 한 칸에 여럿이 살며 의료보험도 없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고 싶어도 생계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고 거리로 나와야 한다.

특히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인근 병원 3곳이 문을 닫으면서 엠허스트는 뉴욕시에서도 특히 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곳이 됐다. 이민자와 빈곤층이 많은 퀸스 전체에 시립병원은 2곳, 응급환자 치료 병원은 9곳이다. 부유한 맨해튼에 각각 3곳, 20곳이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뉴욕이 지역구인 야당 민주당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와 그레이스 멍 하원의원은 26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엠허스트병원을 지원해 달라”고 촉구했다. 하루 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자란 퀸스에 있는 엠허스트병원을 잘 안다”며 지원을 약속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미국 뉴욕#코로나19#엠허스트#빈부 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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