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중요한 통조림[스스무의 오 나의 키친]〈72〉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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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일상생활에서 통조림은 생각보다 환영받지 못하는 음식이다. 엄마가 슈퍼마켓에 간다고 할 때 육류나 생선, 야채 등 신선한 재료를 살 거라는 생각을 하지 통조림을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1995년 일본 고베 지진,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약 2만2000명의 희생자가 발생하고 남은 사람들은 전기, 수도, 가스공급이 중단된 채 추위에 떨며 구호를 기다려야 했다. 전기는 3∼7일이 지나서야 연결되었고 물과 가스는 한 달이 걸렸으며 후쿠시마의 경우 원전의 특성상 30년이 지나도 회복이 힘들다. 생존자들에게 위기 때 필요한 물품목록을 조사했다. 비상등, 물에 이어 통조림과 따는 기구가 3위였고 일회용 접시가 4위, 양동이에 끼워 물을 담을 수 있는 플라스틱 백, 소형 라디오, 휴지, 그리고 사탕, 초콜릿 등 울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한 스트레스 해소용 먹거리였다.

사고 뒤 며칠 동안 대부분의 생존자들은 주먹밥과 녹차가 외부에서 공급되기까지 조리가 필요 없는 통조림이나 식빵 한두 조각을 아껴 먹었다고 한다. 상황은 많이 다르지만 요즘 한창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외신뉴스들을 보면 그 당시 슈퍼의 빈 선반이 기억난다.

보통 통조림은 날것이나 냉동제품보다 영양이 많이 떨어질 것이라 생각하지만 예외도 많다. 신선한 재료가 빨리 냉장 상태로 저장되지 않는 한 그 영양가는 급격히 떨어진다. 신선한 상태에서 조리되어 만들어진 통조림과 별 차이가 없다. 영국 국립과학원 왕립학회에서 발간된 ‘음식과 음료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발명품 20개’는 오늘날까지의 식생활 발전사를 엿볼 수 있다. 1위부터 냉장고, 살균(저온 고온), 통조림, 오븐 순이며 초기 오븐은 기원전 2만9000년 중유럽에서 만들어져 매머드를 통째로 구울 수 있는 크기였다. 마이크로오븐은 19세기 전쟁 중 레이더 연구의 산물이다. 20위는 튀김으로, 기원전 2500년 이집트에서 시작되었고 요즘엔 아이스크림, 맥주 같은 액체도 튀길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통조림은 나폴레옹(1769∼1821)이 이끄는 전쟁 중 기아와 괴혈병으로 사망한 군인의 수가 전사한 군인의 수를 넘길 정도로 많아지자 1만2000프랑(현재 약 25만 달러)을 걸고 음식저장 방법을 개발하도록 했다. 제빵사 겸 요리사인 니콜라 아페르는 음식을 가열하여 담은 병조림을 완성한다. 그 후 루이 파스퇴르(1822∼1895)가 열로 멸균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당시에는 공기를 통해 음식이 상한다고 생각해 병 속의 공기를 제거함으로써 답을 찾아낸 것이다.

통조림은 대부분 저렴하고 장시간 저장가능 용도로 생각하지만 kg당 5000유로(약 670만 원)의 러시아산 블랙캐비아, 트러플, 푸아그라 같은 고가의 사치품도 있다. 전 세계인들이 좋아하는 스팸은 1941∼1945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에 매주 1500만 개를 공급했다. 미군부대가 있는 괌, 하와이, 내 고향 오키나와도 예외는 아니었다. 나의 아버지도 스팸과 함께 자랐고 오키나와 전통음식도 스팸을 넣어 볶은 요리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오 키친’ 셰프
#통조림#니콜라 아페르#루이 파스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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