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확진자 하루 200명 넘어…아베 “벼랑 끝 상황, 부양책 준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9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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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럽 예를 볼 때 한번 폭발적으로 감염이 확대되면 불과 2주 만에 감염자 수가 현재의 30배 이상 뛸 수 있다. 그럼 감염 속도를 억제하면서 피크를 늦추는 우리 전략이 한순간에 무너진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8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해 이 같이 우려했다. 올림픽 연기가 결정된 24일 전까지만 해도 아베 총리는 “인구 1만 명당 감염자 수를 보면 일본은 잘 관리되고 있다”고 말했지만 최근 발언은 180도 달라졌다.

아베 총리는 개인의 권리를 제약할 수 있는 긴급사태 선언에 대해서는 “지금 단계에선 긴급사태 선언을 할 상황은 아니지만,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다는 점에서 벼랑 끝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4월 초 초중고교 개학에 대해선 “한 번 더 전문가 회의를 열어 의견을 듣겠다”고 했고, 코로나19 종식 전망에 대해선 “현 시점에서 대답할 수 있는 세계 정상은 한 명도 없다”고 답했다.

일본 정부는 경기 부양책도 준비 중이다. 아베 총리는 “리먼 쇼크(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규모를 웃도는, 과거 없었던 규모로 긴급 경제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현금도 지급하겠다. 효과를 생각하면 어느 정도 타깃을 두고 해야 한다”고 말해 취약 계층 중심으로 현금을 지급할 생각을 내비쳤다. 2009년 4월 일본 정부는 재정 15조4000억 엔(약 173조 원)을 포함해 사업규모 56조8000억 엔의 경제대책을 발표했다.

아베 총리의 위기감은 도쿄의 감염자 수 급증이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도쿄에선 하루 10명 내외로 감염자가 발생하다가 25일부터 40명대로 급증했고, 28일부터 60명을 넘어서고 있다. 29일에는 하루 최대인 68명의 감염자가 나왔다. 일본 전체 감염자 수가 200명을 넘어선 것도 28일이 처음이다. 25일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는 ‘외출 자제’를 요청한 데 이어 26일 수도권 지자체장들이 잇달아 비슷한 조치를 발표했다. 아베 총리도 28일 기자회견에서 “지자체가 요청한 외출 자제에 응해 달라”고 당부했다.

일본의 검사 건수가 적어서 실제로는 감염자가 훨씬 많을 것이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 인터넷 방송매체 기자는 “일본은 검사 수가 너무 적어 실제로는 감염이 널리 퍼져 있다는 의심이 많다. 기적이 일어난 것인가”라고 물었다. 아베 총리는 “후생노동성에 ‘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라’고 계속 말하고 있다”고 답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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