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해 기념식 처음 참석 文, “애국 가치 안 흔들려야” 그 말 새기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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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어제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 “서해수호 영웅들의 희생과 헌신은 애국심의 상징”이라며 “애국심이야말로 가장 튼튼한 안보이자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의 기반”이라고 했다. 서해수호의 날은 제2 연평해전과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로 희생된 55용사를 기리는 법정기념일이다.

문 대통령의 기념식 참석이 유독 도드라져 보이는 것은 지난 두 차례의 잇단 불참 때문일 것이다. 문 대통령은 재작년엔 베트남 순방, 작년엔 대구 행사를 이유로 참석하지 않아 야당으로부터 “북한 눈치 보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서해수호의 날 행사가 올해로 5회째인 데다 그제는 천안함 폭침 10주년이었던 만큼 이번에도 그냥 넘기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더욱이 코로나19 위기에 처한 데다 4·15총선도 코앞이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시종 희생 장병들의 애국심을 강조했지만 그 어디에도 북한을 겨냥한 언급은 없었다. 오히려 9·19 남북 군사합의를 내세워 “북방한계선(NLL)에서는 한 건의 무력충돌도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싸우면 반드시 이겨야 하고,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다면 그 길을 선택해야 한다”는 공허한 부전(不戰) 평화론을 역설했다. 어제 행사장에서 한 천안함 유족이 분향하는 문 대통령을 막아서며 “이게 북한 소행인가, 누구 소행인가 말씀 좀 해 달라”고 촉구한 것도 문 대통령의 이런 자세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군의 충성과 헌신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조하며 “애국의 가치가 국민의 일상에 단단히 뿌리내려 정치적 바람에 흔들리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 말대로 애국의 의미가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달라질 수 없고 그 중요성이 주변의 시류에 따라 변할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선 지도자가 일관된 철학을 갖고 굳건한 실천으로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매년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는 대통령의 모습이 그 증표 중 하나일 것이다.
#서해수호의 날#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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