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남자다움’이 뭐길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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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다움의 사회학/필 바커 지음·장영재 옮김/336쪽·1만7000원·알마

‘자고로 남자라면 김보성 같은 의리는 필수’부터 ‘대장부는 술도 즐길 줄 알아야 하고 태어나서 세 번만 울어야 한다’는 명제까지. 최근에도 ‘내가 유일하게 갖지 못한 네 아름다움을 갖고 싶다’는 BTS의 노래 ‘상남자’가 인기를 끈 걸 보면 남자다움은 꽤나 매력적인 서사다.

하지만 사회에서 주입하는 획일적 남성다움은 현대사회에 큰 병폐를 낳고 있다고 책은 말한다. 저자는 남자다움을 “일그러진 자화상”이라고 표현하며 이를 가정폭력 자살 성폭력 여성혐오를 비롯한 거의 모든 사회 문제의 근원으로 봤다.

호주 출신의 칼럼니스트이자 ‘GQ’ ‘보그’ 등의 발행인을 지낸 저자가 살면서 남자들이 맞닥뜨릴 만한 회사 가정 사회 속의 많은 남자다움에 대해 풀어냈다. 남자다움을 학습한 남자들이 더 고립될 수밖에 없는 사회적, 역사적 이유를 비롯해 섹스로봇, 포르노, 반(反)페미니스트, 우는 남자 등 최근 사례를 곁들였다. 남성호르몬, 노화 등 인간의 몸에 대한 연구 결과도 곁들여 흥미진진하다.

페미니즘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남자다움에 대한 이해는 필수라고 저자는 말한다. 남성성을 페미니즘의 대척점에 있는 개념으로 생각해선 곤란하다. 대다수 남자도 사회로부터 ‘남자라는 생각’을 강요받고 산 일종의 피해자이기 때문. 저자는 “남녀 간에는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더 많다”고 강조한다. 많은 직종에서 진행 중인 인공지능(AI), 자동화 혁명도 성 대결의 종언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남자다움의 사회학#필 바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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