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진단엔 유전자검사, 감염 환자수 파악엔 항체검사 유용”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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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검사법’ 비교 분석

12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집단 감염증 확진자가 나온 서울 구로구 보험사 콜센터 건물에서 한 입주민이 검체 검사를 받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12일 오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집단 감염증 확진자가 나온 서울 구로구 보험사 콜센터 건물에서 한 입주민이 검체 검사를 받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19일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검사 수가 30만 건을 넘었다. 많을 때는 하루에 1만8000건이 넘는 검사가 이뤄졌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도입한 ‘긴급사용승인제도’를 통해 질병관리본부의 허가를 받은 국내 기업 5곳의 우수한 진단 기술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전국 500여 곳의 의료기관과 선별진료소, 80여 개 검사기관의 헌신적 노력도 힘을 보탰다.

한국의 진단 기술은 최근 미국 청문회에서 두 차례에 걸쳐 언급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마크 그린 미국 하원의원(공화당)이 11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의 통화를 언급하며 “미국의 기술이 항체를 더 다양하게 검사한다”며 한국 기술보다 우월하다는 주장을 폈다. 12일에는 미국식품의약국(FDA)의 보고를 언급하며 “한국 진단키트가 미국에서 사용하기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선 이런 발언을 인용해 한국 기술의 정확도에 의문을 제기했지만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 한국과 미국이 쓰는 RT-PCR 기술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을 비롯해 각국이 확진 검사에 사용하는 진단키트는 ‘실시간 역전사중합효소연쇄반응(RT-PCR)’ 기술을 쓰고 있다. 흔히 ‘분자진단법’ ‘유전자검출검사법’이라고 불린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절차에 따라 바이러스가 비교적 쉽게 관찰되는 콧속이나 목구멍에서 가검물을 채취한 다음 유전물질을 식별해 감염 여부를 판별한다.

코로나19를 유발하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는 리보핵산(RNA)이라는 유전물질에 유전정보가 들어 있다. 바이러스는 염기쌍이 약 2만9900개로 이 가운데 바이러스만의 특성을 나타내는 특징적인 표지가 곳곳에 들어 있다. 사람으로 따지면 지문이나 홍채처럼 개인을 식별하는 부위가 있는 셈이다. RT-PCR는 이 특징을 식별하는 분자로 바이러스의 RNA의 정체를 찾아낸다. 목표한 표지 부위를 찾으면 효소를 이용해 이 서열을 DNA로 바꾸고 다시 수백만 배로 복제한다. 약 6시간 뒤 복제된 표지 서열의 양이 충분해지면 양성 판정을 내리는 식이다.

대부분의 국가는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RNA에 들어 있는 표지를 여러 개 사용한다. 진단키트를 만드는 나라와 기업마다 사용하는 유전자와 서열이 모두 다르지만, 각국이 WTO에 공개한 방식과 실험 절차, 유전자를 서로 참조해 성능은 비슷하다는 게 진단의학계의 주장이다. 정확도는 97% 수준이다.

미국은 최근 기존 방법보다 빠르게 대량으로 검사하는 새 자동화 기술을 도입했다. FDA는 이달 13일(현지 시간) 글로벌 제약사인 로슈가 개발한 PCR 자동화 검사 장비인 코바스6800과 8800을 이용해 실시하는 새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검사법에 대해 신속사용승인을 허가했다. 새 기술은 시료 하나의 결과가 나오는 데 3시간 반이 걸린다. 기기 한 대로 하루 최대 4100개의 검사를 할 수 있다.

○ 미 의원 오인한 혈청학적 검사

그린 의원이 언급한 항체검사법은 RT-PCR 기술과는 전혀 다른 기술이다. ‘혈청검사’ 또는 ‘면역검사’라고 부른다.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체내에 형성되는 항체를 찾아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진단하는 기술이다. 항체는 몸속에 바이러스 등 병원체가 침입했을 때 이를 막기 위해 면역세포가 만드는 일종의 탐지 장치다. 바이러스를 알아보는 일종의 몽타주를 그려 보관하고 있다가 해당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금방 알아보는 원리다.

항체검사법은 인체가 바이러스 몽타주를 갖고 있는지 확인함으로써 바이러스가 침입했는지 여부를 간접 확인한다. 감염 의심 환자의 혈액을 채취한 뒤 항체와 결합하는 바이러스 단백질 일부(항원)를 넣어 이 항원과 결합하는 항체가 있는지를 탐지한다. 주로 면역반응 초기에 생성하는 항체인 이뮤노글로불린M(IgM)과 이뮤노글로불린G(IgG)가 사용된다. 두 항체를 모두 검사하면 검사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항체검사법은 검진 속도가 빠르고 간편하다는 게 특징이다. 당뇨 검사 때처럼 피를 뽑아 넣기만 하면 된다. 결과도 10여 분이면 나온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피 한 방울로 쉽고 빠르게 검사가 가능하다’며 홍보를 하고 있는 검사 기술은 대부분 이 기술이다.

코로나19 환자가 급속히 늘면서 전문기관에서 결과를 얻어야 하는 RT-PCR 검사 외에도 간편 검사를 위한 항체검사 키트도 긴급사용승인을 해달라는 요청이 나온다. 다만 아직은 정확도가 낮아 도입하기에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 등 6개 국내 진단검사 단체는 17일 “면역검사(혈청검사)의 정확도는 50∼70%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몸에서 항체가 형성되는 시기가 감염된 지 약 일주일 뒤부터라 초기 진단이 어렵다는 것도 약점이다. 코로나19는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시기가 평균 5일 뒤인데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도 감염 가능성이 제기돼 조기 진단이 강조되고 있다. 항체검사는 목적도 RT-PCR와 다르다. 지역사회에 병원체에 대한 면역력이 형성됐는지 알 때 더 유용하다. 로버트 레드필드 CDC 센터장은 11일 그린 의원의 질문에 “항체검사는 감염병이 얼마나 퍼졌고 몇 명이 바이러스에 영향을 받았는지 알 때 유용하다”고 말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ashilla@donga.com
#코로나19 검사법#유전자검사#항체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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