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 수도, 안 만들 수도 없고”…비례정당에 발 묶인 민주당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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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2월 29일 11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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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더불어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차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News1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차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News1
이인영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핵심 5인방의 만찬 회동이 여의도를 흔들었다. 그간 물밑에서 설만 무성하던 이른바 비례민주당 창당 논의는 한 일간지의 보도로 좀 더 구체화된 모습을 드러냈다.

29일 더불어민주당 등에 따르면, 민주당 지도부는 비례정당 가능성을 여전히 일축하고 있다. 미래통합당에 제1당을 빼앗길 수 없다는 절박함과 깊은 고민이 있다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과 같은 비례정당 창당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긋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이 미래한국당을 ‘위장정당·가짜정당’이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해 온 만큼 이를 스스로 뒤집기는 어렵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민주당 안팎에선 문재인 정권의 집권 후반기 국정동력과 미래한국당의 탄핵 추진을 막기 위해 비례정당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친문(친문재인) 성향으로 분류되는 손혜원 무소속 의원은 지난 20일 유튜브 방송을 통해 “민주당 위성 정당이 아닌, 민주 시민을 위한 시민이 뽑는 비례정당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며 비례정당 창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이 2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에서는 민심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는 걱정이 있고 그런 비상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비례민주당 창당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판단해야 된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직접 창당에 나서기 보단 외곽 세력이 창당을 하고 민주당이 이와 연대하는 방식을 모색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민주당 소속인 정봉주 전 의원과 이근식 전 행정자치부 장관 등은 지난 28일 “미래통합당과 꼼수 정당의 총합이 국회 1당이 된다면 이는 곧 문재인정부에 대한 정면도전이 될 것이다. 그저 바라만 볼 수 없다.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며 비례대표용 정당인 가칭 ‘열린민주당’ 창당을 선언했다.

이와 관련, 이인영 원내대표는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비례정당 창당 관련 질문에 “직접 창당해서 대응하는 것들은 지금 가능하지도 않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은 외부에서 민주당에 연대를 제안할 경우 논의의 가능성까지는 완전히 닫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외부에서의 연대나, 또는 그런 제안이 아직 없었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다만 “앞으로 있을 상황까지 다 말씀을 드린다면 앞으로 할 일이 없지 않냐”며 “그런 제안이 있다면 그에 대해서 당 차원의 논의를 거쳐 답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외부세력과의 연대’라는 우회로를 택하더라도 민주당이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가지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우선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에 직면하는 것은 물론 총선에서 역풍이 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이 해왔던 말을 뒤집어 역풍이 거세게 불 경우 비례의석을 몇 석을 지키려다가 그보다 많은 지역구를 잃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또한 민주당이 주도한 선거법 개정 취지를 스스로 훼손하고, 결국 검찰개혁을 내세워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수호하기 위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법과 선거법을 거래했다는 의심을 인정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특히 그간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의 전신)을 배제하고 ‘4+1 협의체’를 통해 주요 법안들을 처리해온 범여권 연대가 깨질 수 있다. 만약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과반의석을 가져가지 못한다면 앞으로 21대 국회에서 국정운영을 위해 범여권 정당의 협력이 필요한 민주당의 운신의 폭은 매우 좁아지게 된다.

비례정당을 만들더라도 실제 비례후보를 내는 고차방정식을 풀기가 매우 어렵고, 당내 반발과 분열도 예상된다는 점은 고민스러운 지점일 수 있다.

비례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정당투표에서 상위 순번의 정당 번호를 받으려면 의석수를 확보해야 하는 만큼 현역의원을 비례대표용 정당에 파견해야 한다. 그러나 누가 갈지, 몇 명이나 갈지에 대한 교통정리가 쉽지않다.

또한 이미 당 비례대표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우상호)는 후보 공모를 비롯한 비례대표 경선 절차에 착수했다. 이들 비례대표 후보들을 위성정당으로 보낼지, 민주당과 위성정당 모두에서 비례대표 후보를 낼지의 문제도 풀어야 한다.

원내대표를 지낸 우상호 당 비례대표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 26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선거법을 만들어놓고 (비례정당을)한다고 하면 국민들이 뭐라고 하겠느냐”며 “창당일정만 봐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난 반대”라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해영 최고위원도 전날 오전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민주당은 선거제도 개혁을 추진해왔고 그동안 미래통합당의 비례용 위성정당 창당을 강력히 규탄해왔다”며 “이런 행보를 해온 우리 당에서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김 최고위원이 소신발언을 내놓자 회의에 참석했던 윤호중 사무총장과 조정식 정책위의장 등은 말없이 표정이 굳어지기도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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