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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은 무능과 국민·전문가 무시의 결정판…장관부터 경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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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은 무능과 국민·전문가 무시의 결정판…장관부터 경질하라”

허문명 기자 입력 2020-02-29 10:18수정 2020-02-29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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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 
[조영철 기자]
13만 의사들이 회원으로 있는 대한의사협회는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1월 20일부터 대구·경북지역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월 18일까지 총 6차례의 대국민담화문을 통해 중국인 입국 전면 금지, 교회 같은 다중시설 이용 제한, 위기 경보를 ‘심각’으로 격상 등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다. 그런데 정부가 이런 권고를 모두 무시해 골든타임을 놓쳐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사진)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잔뜩 묻어났다. 인터뷰 중에도 두 대의 휴대전화가 수시로 울려 대화가 자주 끊겼다. 서울 용산구 청파로 의협 사무실 8층 회장실 벽에는 코로나19 전국 확진자 수와 분포, 사망자 수를 크게 적어놓은 상황판이 붙어 있었다.

“대유행병 직감했다”


의협은 6차례에 걸쳐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다. 배경이 뭔가.

“첫 담화문은 3번째 확진자가 나왔을 때 발표했다. 우한을 봉쇄한 날이 1월 20일이니 이미 중국 상황은 심각해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중국인이 하루 3만 명씩 들어오고 있었다. 중국과 인적·물적 교류가 워낙 많은 우리나라로서는 당연히 확산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집행부를 긴급 소집해 대책회의를 열었다. 3번째 확진자가 생긴 것을 보고 지역사회에 이미 확산됐다고 판단했다. 임상경험이 있는 의사들이다 보니 향후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됐다. 지역사회 확산은 막을 수 없고 자칫 대유행병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병의 정체도 모르는데 사망자가 나오면 패닉에 빠질 수밖에 없으니 격리병원, 대규모 공공격리시설, 전담병원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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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에 대응을 잘하면 우리 방역 및 의료체계는 역량이 충분해 합심하면 해결할 수 있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과 함께 가장 중요한 것은 해외 감염원 차단이며, 이게 안 되면 아무리 우리가 안에서 노력해도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래서 중국인 입국을 막아야 한다고 판단한 거다.”

정부가 매번 권고를 무시했다는 것이 사실인가.

“일반인도 아닌 전문가 집단의 의견임에도 그동안 한 번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 의협이 이렇게 짧은 기간에 담화문을 많이 낸 적은 처음이다. 정말 절박했다. 그런데 1차 담화문 발표 후 나온 첫 반응이 홍익표 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의 ‘의협이 정치적 판단을 하고 있다’는 거였다. 대재앙이 일어날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저렇게 한가한 소리를 할 수 있을까, 어이가 없어 내 귀를 의심했을 정도다. 나는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의료정책을 앞장서 반대해왔다. 하지만 이번 일은 정치적 입장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자는 의사들 생각을 대변한 것 아닌가. 여당과 청와대가 이런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무시한다면 앞으로 닥칠 재앙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중간에 엿새간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을 때가 오히려 불길하게 느껴졌다”고도 했다.

“조짐이 좋지 않다고 직감했다. 감염병이 돌고 있는데 며칠간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며 대통령 입에서 ‘종식’(2월 13일)이란 단어가 나오고, 여당 대표와 장관이 집단행사를 열어도 좋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성급하다고 느꼈다. 보건복지부나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저렇게 자문하지 않았을 텐데 누가 저런 정보를 줬을까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1차적 책임은 정부지 신천지 신도들이 아니다”

그는 이 대목에서 “지금 대구 신천지 신도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분위기인데 이번 사태의 책임은 1차 방역에 실패한 정부이지 신천지 신도들이 아니다”라고 했다.

“31번째 확진자가 2월 9일과 16일에 예배를 본 것은 정부의 집단행동을 해도 좋다는 지침에 따른 거였다. 그러니 이 사람들이 잘못했다고 할 수 없다. 신천지 확진자들도 누군가로부터 감염됐다는 점에서 피해자다. 이 사람들을 비난하려면 고의로 전파한 사실이 드러나야 하는데 아니지 않은가. 지금처럼 특정 집단을 원인으로 지목해 몰아가면 치료가 더 어려워진다. 감추고 숨어버리지, 나서서 환자라고 이야기하겠나. 이 역시 의협이 초기부터 지적했던 거다.”

최 회장은 “엿새 동안 확진자가 나오지 않다가 서울 종로구의 29번째, 30번째 환자가 처음으로 감염경로를 모르는 확진자로 밝혀졌다. 특히 29번째 확진자의 경우 고려대 안암병원 의사의 날카로운 임상적 판단에 의해 진단된 거다. 의협은 이것이야말로 명백하게 지역사회 확산의 시작이라고 판단했지만 정부는 그렇게 볼 수 없다고 했다. 이미 초기 확산에서 중기로 넘어가고 있었는데도 말이다”라고 밝혔다.

그즈음 방역의 중심도 경로를 추적하는 역학조사에서 일반 시민과 의료진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기억한다.

“확진자가 다수 나오면 그 많은 사람의 동선을 일일이 추적하기가 불가능하기에 시민들의 자발적 협조와 의료진의 발 빠른 대처가 중요하다. 그래서 제안한 것이었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가 그렇게 가고 있지 않은가. 하루 전국에서 이뤄지는 수술 건수가 1만여 건이다. 무엇보다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중환자와 응급환자가 피해를 봐선 안 된다. 그러니 코로나19 전담 의료기관(보건소, 국공립의료원)을 빨리 지정하되 주요 대학병원은 빠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확진자 한 명이 잠깐만 머물러도 문을 닫기 때문이다.”

2월 24일 7차 담화문에서는 중국으로의 마스크 반출 금지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경질까지 요구했는데.

“마스크는 지금 전략 물자다. 의협이 3주 전부터 ‘심각’ 단계로 격상해야 한다고 주장한 건 그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뒤늦게서야 수출금지조치가 내려졌다. 이번 사태는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고 본다. 그런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그동안 정부 대응을 보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한심하고 분통이 터진다. 1월 29일 보건복지부에서 실무협의체가 개최됐을 때 참석해보니 의심환자 정의조차 명확지 않았다. 처음엔 후베이성을 다녀와 발열과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의심환자라고 했다가 계속 바뀌었다. 의사에게 재량권을 충분히 줘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현장에서는 이뤄지지 않았다. 여행도 안 했는데 코로나19가 의심된다고 하면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안 해줬다. 한마디로 현장에서는 중구난방이었다. 빨리 ‘심각’ 단계로 올려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렇게 사태가 일파만파 커진 상황에서 정부가 저지른 과오를 복기하고 책임자를 경질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 입장에서도 신뢰가 생길 것 아닌가. 국민 생명이 최우선인데 이 지경까지 온 데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공포가 과다하다는 지적도 있다.

“불안하고 두려운 것은 당연하다. 중요한 건 객관적 사실이다. 코로나19가 처음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상대하기 어려운 바이러스라는 게 드러나고 있다. 전파력이 공기를 통해 번지는 인플루엔자 수준이다. 그런데 치사율(2%)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 낮다 해도 0.01~0.02%인 인플루엔자와 비교하면 200배나 높다. 특히 무증상 감염이란 게 무서운 거다. 잠복기도 14일이라고 하지만 20일이 넘는 환자도 속출하고 있다. 자신도 느끼지 못하는 상태에서 오랜 기간 일상생활을 하다 남들에게 전염시킨다는 게 제일 큰 문제다.”

“아무리 안에서 막아도 밖에서 들어오면 속수무책”
경북 청도 대남병원에는 밤에도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뉴시스]

그는 “지금이라도 중국인 입국을 막아야 한다”며 “이미 변종 바이러스가 생기고 있다는 보고서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중국은 확산세가 꺾였다고 하지만 변이된 바이러스라도 들어오면 정말 큰일이다. 이런 바이러스는 기존 검사에서 안 나올 개연성이 높다. 더구나 무증상 감염자들은 공항 검역에서도 거를 수 없다. 지금이라도 막아야 한다.”

언제까지 갈까.

“굉장히 추정하기 어렵다. 정부가 방역을 정말 잘하고 있다는 전제하에 향후 3주 정도까지 확산세가 지속되고 그 뒤부터 조금 꺾일 거다. 하지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계속 확산될 수 있다. 대구에서 이미 1000명이 넘었다. 전국 어느 지역에서든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대책은 뭔가.

“유증상자를 최대한 찾아내 경증환자는 격리시키고 중증환자는 전담병원으로 보내는 시스템은 잘 돌아가고 있다. 지금 의료진의 희생과 헌신은 눈물겹다. 대구·경북지역에서는 개업의가 저녁까지 진료한 후 봉사하러 가고 있다. 행사와 모임을 최대한 자제하고 휴교?·?휴원으로 휴업도 고려해 전파가 안 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시민들이 잘 견디고 있다고 본다. 대구?·?경북지역 내 확산을 빨리 저지하려면 휴업 같은 비상조치도 필요하다고 본다. 외출금지명령은 내릴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해외다. 지금도 중국인 입국자가 하루 5000명이다. 더구나 신학기에 중국인 유학생이 들어오는 건 다시 한 번 고려해봐야 한다. 이들은 젊기 때문에 활동력이 왕성하다. 게다가 대부분 도심에 살고 있다. 이 중 한 사람이라도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다면 우리가 안에서 죽어라 고생하고 있는 것이 ‘도로아미타불’이 된다. 현재 133개국이 중국으로부터 입국을 제한하고 있는데 가장 가까운 우리가 열어놓고 있다는 게 말이 되나. 비상식적이고 비정상적이다.

중국에서 확산세가 꺾이고 있다 해도 아직 단정하기 힘들다. 믿을 수 없다. 진단 기준도 수시로 바꾸고 있다. 우리는 일단 외부를 막아놓고 중국이 바이러스 종식을 선언해 안정기에 접어들 때까지 국내에서 시간을 벌며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해야 한다.”

사망자는 대부분 기저질환이 있던 사람들 아닌가.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경북 경주 40대 환자는 사망 후에야 양성진단을 받았는데 부검해 원인을 밝혔어야 했다. 일반적으로 폐렴은 서서히 진행되는데, 코로나19는 일반적인 기관지염에서 시작해 불과 12시간 안에 폐렴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는 임상증상을 소수라도 보인다면 정말 무서운 병이다.“

그는 “국내 방역 및 의료체계에 대한 신뢰는 높지만 어느 선을 넘어가면 통제 불능이 돼 다른 병을 앓고 있는 중환자까지 사망할 경우 감당 못 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생각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거듭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대학병원 40여 개, 종합병원 300여 개, 일반 중소병원 1600여 개, 요양병원 1500여 개에 의원이 3만 개다. 코로나19 환자가 선을 넘으면 의료진이 아무리 헌신해도 병원과 시설이 제한돼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확진자가 1만 명 나온다고 가정할 경우 80%가 경증 또는 무증상, 20%가 중증이라면 이들 2000명 중증환자를 전담병원에서 수용하기는 불가능하다. 500명만 집중 치료한다 해도 기존 환자들을 감당할 수 없다. 감염병을 종식하기 위한 국민적 노력을 믿지만 정부는 최악의 상황까지 상정하며 완벽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그게 정부의 일 아닌가.”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228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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