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이 사태가 끝나면 정부가 가야 할 곳[동아 시론/권준수]
더보기

이 사태가 끝나면 정부가 가야 할 곳[동아 시론/권준수]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입력 2020-02-29 03:00수정 2020-02-29 03:00
뉴스듣기프린트
트랜드뉴스 보기
대량 감염-사망 나온 청도 정신병동
가족, 사회 외면… 열악한 환경 방치
사회적 낙인 두려워 목소리도 못 내… 정부조차 외면하면 국가의무 포기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청도대남병원 정신과 병동에서 치료를 받던 환자 중 코로나19 감염으로 사망한 사람이 7명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체 코로나19 관련 사망자 13명(28일 오전 9시 기준)의 약 54%다. 또 정신과 병동 입원 환자 102명 중 10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하니, 거의 대부분의 보호병동(폐쇄병동) 입원 환자가 감염된 것이다. 일반 병원의 병동에서 볼 수 없는 현상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정신과 보호병동은 다른 병동에 비해 감염병이 쉽게 확산되는 것인가? 또는 정신과 입원 환자들이 일반 감염자보다 사망률이 더 높은 것인가?

정신과 환자들은 치료할 때 정신사회 재활요법, 대인관계 훈련, 예술요법 등의 방법이 병동에서 그룹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정신과 병동에는 병실 외에 주간 휴게실로 불리는 소위 ‘데이 룸(day room)’이라는 큰 공간이 있다. 여기에는 탁구대, 트레드밀(러닝머신) 등 운동기구와 그룹 치료를 위한 소파, 의자, 테이블 등이 있다. 여기서 치료 모임이나 치료 관련 행위가 이뤄진다. 즉, 정신과 병동은 치료 과정 특성상 다른 과 병동보다 환자들끼리 밀접하게 접촉할 기회가 많다. 더구나 정신과 질환자를 주로 입원시키는 ‘만성 정신병원’은 시설이 열악한 경우가 많아서 일반 병실보다 환자들의 밀도가 높고 그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접촉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크다. 이런 요인들로 인해 정신과 병동에서 감염병 환자가 생기면 다른 병동에 비해 급속히 전염병이 확산될 가능성이 늘 있다.

만성 정신병원에 입원한 이들은 대부분 의료급여 환자인데, 한 끼 식사 비용이 3000원 정도에 지나지 않아 균형 잡힌 영양 공급이 어렵다. 오래 입원한 환자들의 면역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있음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단순히 폐쇄병동이라는 이유로 환기가 부족해서 사망자가 많아졌을 것이라는 보건당국의 설명은 대부분의 정신과 환자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청도대남병원의 상황을 모두 설명할 수 없다. 그렇다면 왜 정신과 환자들이 아직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왜 20년 넘게 연고 없이 열악한 환경에 방치되는 환자들이 생겨나는 것일까?


만성 정신병원 환자들의 가족은 생계를 위해 매일 일을 해야 하는 사례가 많아서 환자들을 집으로 데리고 갈 수가 없다. 그러니 아예 병원에 있는 것이 편한 셈이다. 소위 ‘사회적 입원’이다. 의학적으로는 보호병원에 더 이상 입원할 필요가 없으나 가족이 없거나 가족과 연락이 끊겨 환자들이 돌아갈 곳이 없는 것이다.

주요기사

다시 말해 의학적인 치료를 이유로 입원해 있는 것이 아니라 의학 외적인 문제로 계속 입원해 있는 환자가 많다.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환자가 퇴원할 수 있다. 지역사회 그룹 홈을 많이 만들고 재활시설, 돌봄시설 등을 대폭적으로 증설할 필요가 있다. 2016년 정신건강복지법이 바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면 개정됐다. 이 법은 정신과 환자의 탈(脫)원화, 즉 급성기 치료 이후 사회에 복귀하여 지역사회에서 치료와 재활을 하게 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정신건강복지법이 전부 개정됐을 당시 입원 환자의 약 3분의 1이 퇴원할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지금도 탈원화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여전히 퇴원해야 하는 환자들이 퇴원을 못 하고 있다. 턱없이 부족한 지역사회 재활시설과 인프라 때문에 환자 인권을 위해 만든 정신건강복지법이 선언적 법으로 전락했다. 이번 청도대남병원의 정신과 병동 사태도 예견된 인재인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은 전체 보건의료 예산 중 약 5%를 정신보건에 책정하는 데 비해 한국의 정신보건 예산 비중은 1.5% 정도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정신질환자나 가족들은 정신과 환자를 보는 사회적인 낙인이 무서워 나서길 꺼린다. 그러니 자기주장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신세가 된다. 이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힘없고 돈 없는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 국가가 큰 목소리로 자기주장을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만 관심을 가지고, 힘이 없고 쉽게 나설 수 없어 자기주장을 못하는 정신과 환자들을 외면하면 국가의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추가 확진자와 사망자를 막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이 사태가 일단락된 뒤 정부는 왜 정신과 병동에서 사망자가 유독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배경이 된 안타까운 실태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청도대남병원#코로나19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주요뉴스

1/3이전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