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인근도 한국인 강제 격리, 대구엔 마스크 지원…中 양면 전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8일 17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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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발 입국 제한 조치 확대하면서 대구에 마스크 지원
난징에선 어린이 포함한 한국인들, 현지 주민 반대에 집에 못 들어가
선전시도 한국발 승객 전원 코로나19 위한 강제 격리
배타적 성향 환추시보도 “한국인 출입 금지 팻말은 수치”

중국이 베이징(北京) 인근 지역으로까지 한국발 승객의 입국 제한 조치를 확대하면서 대구 경북에 마스크 지원을 시작하는 등 외교와 방역을 분리하는 양면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28일 현지 소식통들에 따르면 27일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 공항을 통해 허베이(河北)성 옌자오전(燕郊鎭)로 향한 한국인 7명이 이 지역 호텔에 강제 격리됐다. 출장 온 한국 기업 직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옌자오 당국은 한국에서 온 사람들을 모두 14일간 지정 장소에 격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한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강제 격리 조치를 취했다면 차별”이라며 진상 파악에 나섰다. 베이징시 당국은 “27일부터 (한국발 등) 입국자에 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에 이어 역시 중국 4대 도시인 광둥성 선전(深?)시도 28일 한국발 항공편 승객 전원에 대해 코로나 19 핵산 검사를 위한 호텔 강제 격리를 시작했다. 이날 도착한 아시아나 항공편 승객 224명 가운데 한국인 승객이 195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에 대한 혐오 확산도 계속되고 있다. 상하이 주재 한국총영사관에 따르면 27일 장쑤(江蘇)성 난징(南京)에 도착한 한국인 30여 명이 거주하는 아파트로 들어가려다 정문에서 진입을 반대하는 현지 주민위원회 사람들에게 가로막혔다. 난징에 사업장이 있는 LG그룹 계열사 직원들의 가족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진 이들은 인근 호텔로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방학을 맞아 한국으로 돌아간 어린이 등 학생들도 상당수 있었다고 한다. 한국인들은 결국 난징시 지정 호텔로 이동해 14일 간 격리 생활을 시작했다. 난징에서는 27일 호텔에 체류 중이던 또 다른 한국인들이 갑자기 찾아온 공안(경찰)의 요구로 호텔에서 쫓겨나는 일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한국인 차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 중국 외교부나 지방 정부 관계자들은 자신들은 그런 지침이 없다면서 지역사회 주민위원회에 책임을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은 상하이(上海)시가 27일 대구 경북에 마스크 50만 개, 주한 중국대사관이 대구에 2만5000여 개를 기증하는 등 ‘마스크 외교’에 나섰다. 한국발 승객의 격리 조치를 시행 중인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 시장은 자매도시인 대구시장에게 편지를 보내 “방역물자를 곧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지원 의사를 밝히면서 최치원 선생의 시구로 “도는 사람에게서 멀리 있지 않고 사람은 나라에 따라 다르지 않다”는 뜻의 ‘도불원인 인무이국(道不遠人人無異國)’를 구호를 내세웠다.

한국발 승객에 대한 강력한 입국 통제를 강하게 주장해온 환추(環球)시보는 28일 사설에서는 “코로나 상황이 한중 양국을 더 가깝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한국 사회가 입국 제한 조치에 민감하게 반응하면 스스로 가라앉기 기다리면 되지 영합할 필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산둥성 도시들에 ‘한국인 출입 금지’ 팻말이 등장한 것에 대해 “지역사회, 도시의 치욕이다. 한국뿐 아니라 중국인도 같이 욕할 것”이라며 “정신적 소양이 물질적 진보 수준에 걸맞음을 보여주라”고 촉구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베이징=권오혁 특파원 hy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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