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둥지 튼 스타트업 쑥쑥 자라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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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핀테크랩 문연지 4개월… 1년간 사무실-맞춤형 멘토링 지원
70개 기업 매출 276억원 순항… “위워크 입주, 해외진출에도 도움”

핀테크 기업 ‘팀블랙버드’의 주기영 대표(28)는 2017년 암호화폐 바람이 불었을 때 블록체인 기술에 매력을 느꼈다. 대학 졸업 후 입사한 기업을 곧 그만두고 2018년 여름 지인들과 함께 블록체인 기술 개발에 나섰다. 이들은 거래자 중 암호화폐 거래소와 채굴자를 구별할 수 있는 머신러닝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암호화폐가 자금 세탁, 불법 거래 등에 사용됐을 때 자금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800m’의 이송미 대표는 12년간 보험설계사로 일했다. 이 대표가 영업 현장에서 느낀 점은 고객이 수많은 보험 상품 중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반면 보험설계사는 고객의 자산이나 수요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다는 점에 착안해 사업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이 대표는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고객에겐 정확한 상품 정보를 주고 보험설계사에겐 연체 가능성 등을 알려줘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기술을 갖춘 두 회사지만 창업 1∼2년의 스타트업인 만큼 기업 경영에서 애로사항이 많다. 두 대표가 공통적으로 지적한 것은 ‘공간’과 ‘인재’이다. 기술은 가지고 있지만 관공서, 다른 기업 등과의 인적 네트워크가 전혀 없다. 번듯한 사무실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직원을 뽑기도 쉽지 않아 개인 인맥 등을 활용해 채용하고 있다.

이런 핀테크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서울시가 지난해 10월 위워크 여의도역점에 서울핀테크랩을 열었다. 건물 4개 층(7782m²)을 쓰는 서울핀테크랩에 국내 46개, 해외 24개 등 핀테크 스타트업 70개가 입주했다. 입주 기업으로 선정되면 1년간 무상으로 사무공간을 이용할 수 있고 성과 등을 바탕으로 이용 기간이 1년 연장된다.

임국현 서울시 금융산업팀장은 “위워크에 입주하면 전 세계 위워크 지점을 이용할 수 있다. 해외에 진출할 때 도움이 된다. 또 금융 중심지인 여의도는 교통이 편리하고 국회, 금융감독원 등과 가까워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좋다”고 말했다.

단, 성장 가능성 등을 입증해야 서울핀테크랩에 입주할 수 있다. 창업 7년 이내 기업으로 △직원 4명 이상 △최근 3년간 누적 매출액 1억 원 이상 △법인 설립 이후 투자 유치액 누적 1억 원 이상 등에서 2개 이상을 만족시켜야 입주할 수 있다.

내용증명, 지급명령계약서 등 법률 문서를 자동으로 작성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미쿠스렉스가 대표적이다. 변호사 출신 정진숙 아미쿠스렉스 대표는 “서울핀테크랩에 입주해 임차료 부담을 덜었다.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보이스피싱을 예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이터유니버스의 강원석 대표는 “근무지가 여의도라는 사실은 직원을 채용할 때 도움이 된다”며 “기업별 맞춤형 멘토링도 제공받아 사업 진단, 법률, 특허 관련 상담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데이터유니버스는 입주 4개월 만에 4명을 새로 뽑았다. 서울시는 70개 기업이 입주 4개월 만에 125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들 기업의 매출액을 모두 더하면 276억 원이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서울핀테크랩#팀블랙버드#위워크#블록체인#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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