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국인 입국제한, 외교 아닌 방역문제” 강경화 항의 일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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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2월 27일 15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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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왕이 “불필요한 국경 간 이동 통제, 코로나 확산 막는 데 매우 중요”
환구시보 “중국 전역으로 더 확대해야, 봐주면 안 된다”
“각국이 중국과 인적왕래 제한했지만, 중국은 이해했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15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나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하기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뉴스1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15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만나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하기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뉴스1
중국 왕이(王毅)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6일 밤 강경화 외교장관과 통화하면서 “국경 간 이동 통제 감소가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27일 전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중국 지방정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유입을 막겠다며 속속 한국인 입국자들을 강제 격리 한 것에 대해 항의하자, 왕 부장이 정면 반박한 것이다. 이날 한국 외교부는 한·중 외교장관 통화 결과를 발표하며 왕 부장의 이 발언은 공개하지 않았다.

왕 부장은 “각국이 중국의 방역 노하우를 포함해 질병예방통제 경험을 토대로 신속하게 불필요한 국가 간 이동을 줄이는 것이 감염 확산 차단에 매우 중요하다(从各国防控疫病实践包括此次中方抗击新冠肺炎疫情的经验看,及早控制和减少不必要人员跨境流动对阻断疫情扩散至关重要)”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밝혔다.

왕 부장은 “중국은 이를 놓고 한국 측과 소통하고, 양측의 목표는 동일하게 양국 국민의 생명 안전과 인체 건강”이라고 말했고, 강 장관은 “코로나19 감염 사태 이후 양국은 상호지원, 상부상조를 바탕으로 감염 공동 대응에 나섰다”고 답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이어 강 장관은 “최근 확진자 증가에는 원인이 있다. 한국은 확산 차단에 자신하고, 중국과 소통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며 공동 대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반면 강 장관이 ‘우려’를 전달했다는 내용은 중국 측 발표에서는 쏙 빠졌다.

우리 외교부는 “강 장관이 최근 중국 내 여러 지역 지방정부 차원에서 한국인 입국자에 대한 격리 조치 등 과도한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고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면서 “중국 중앙정부 차원에서 사실에 입각해 이 같은 일이 이뤄지지 않도록 더욱 관심을 가져 줄 것을 당부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이날 사설을 통해 강 장관의 발언을 더욱 세게 반박했다. 한국인 격리는 외교문제 차원의 조치가 아니라 그보다 더 중요한 ‘방역문제’라며 중앙정부 차원으로 더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구시보는 “과잉이라는 강 장관의 말은 이해할만 하지만, 중국 매체로서 우리는 웨이하이를 포함해 중국 내 모든 지역에서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간주해 코로나19가 심각하게 확산된 국가 출신 모든 인원을 격리해야 한다고 제안한다”라며 “이것은 외교적 문제가 아니라 전염병 예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방 정부와 지역 사회는 전염병이 심각한 국가에서 온 사람들을 지역 전염병 예방 및 통제 체계로 데려오도록 해야 한다. 외국에서 온 사람들이 제도를 넘어선 특별한 사람들이 아닐 것”이라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단 하나의 중요한 과제는 해외 감염이 중국에 유입되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구시보는 “솔직히 우리는 다른 나라들이 중국인에 대한 입국 금지령을 내렸을 때 편안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린 그들이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그런다는 걸 이해했다”라며 “한국과 일본은 코로나 사태 때 중국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 찬사를 받고 있다. 양국은 말과 행동으로 중국을 지지했다. 그 사이 중국과의 인적 교류도 제한했다. 중국인들은 이것을 이해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한국과 일본 정부와 계속 소통하고, 격리된 사람들에 대해 좋은 태도를 갖고 우리의 능력 안에서 성실한 지원을 하는 한, 이러한 (격리) 조치들은 중국과 일본의 장기적인 관계를 해치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중국이 한국과 일본에 문을 활짝 열어주고 방역망이 쉽게 뚫리도록 특혜를 준다면, 중국은 두 나라로부터 존중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자, 중국 지방정부들은 한국인의 중국 입국을 제한하고 있다.

25일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 공항에서 한국인 19명을 포함한 인천발 제주항공 승객 전원이 사전 예고 없이 격리됐다. 26일에는 랴오닝성 선양 공항에 내린 한국발 항공편 승객들은 인근 병원으로 이동해 일괄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뒤 14일간 자가 격리를 요구받거나 집중 격리 호텔로 이동했다. 칭다오 공항과 지린성 옌볜조선족자치주 옌지공항에 도착한 한국발 항공편 승객들도 공항에서부터 다른 사람과의 접촉이 금지되고, 지방 정부에서 준비한 차량으로만 목적지로 이동했다.

장쑤성 쑤저우, 허베이성 창저우 등 중국 일부 지방 도시에서 한국인들에게 강력한 수준의 ‘14일 자가 격리’를 요구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국인의 거주지 문 앞에 봉인 딱지를 붙이고 문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고 “14일 뒤 문을 열어주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상하이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한국인 주민들에게 “한국에서 왔으면 아파트 단지에 들어오지 말라”고 압박한 사실이 알려졌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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