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덮친 산업계… 미래 성장동력 찾아 위기 뚫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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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쇼크로 체감경기 싸늘… 부품공급 차질에 소비 심리 위축
인공지능-친환경차-바이오제약 등… 각분야 R&D투자로 혁신기술 개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 미래 대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산업계도 영향을 받고 있다. 소비 심리 위축, 부품·소재 공급 차질 등으로 경영상의 큰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들도 나타났다. 여러 경제 연구기관이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으로 제조업, 비제조업을 가리지 않고 모든 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럼에도 국내 주요 기업들은 미래를 대비한 연구개발(R&D) 투자에 사활을 걸고 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주력하면서 위기 뒤에 찾아올 새로운 사업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과 로봇, 전장용·시스템 반도체 사업을 중심으로 활발한 R&D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 각국에 AI 연구센터를 설립해 AI 관련 선행연구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 미국, 영국, 캐나다, 러시아 등 총 5개국에 7곳의 AI 연구센터를 운영 중이다. AI 선행 연구개발 인력도 올해 안에 1000명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4월 발표한 ‘반도체 비전 2030’ 관련 프로젝트도 원활하게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비전은 2030년까지 메모리반도체뿐 아니라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것이 뼈대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R&D 및 생산 시설 확충에 총 133조 원을 투자하고 전문 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일 ‘삼성 시스템 반도체 사업의 핵심’으로 불리는 경기 화성사업장 극자외선(EUV) 전용 생산 라인을 찾아 “지난해 이 자리에서 시스템 반도체 세계 1등의 비전을 심었는데, 도전을 멈추지 말자”고 당부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초 R&D 분야를 포함해 그룹 차원에서 앞으로 5년간 총 100조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연 평균 20조 원의 투자금을 집행하겠다는 뜻이다. 주요 R&D 투자 대상은 전동화·수소·자율주행 기술 등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을 중심으로 혼자 R&D를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업체와의 적극적인 협업으로 신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영국의 상업용 전기차 전문 업체 ‘어라이벌’에 1290억 원 규모의 전략 투자를 결정했고, 최근에는 미국 스타트업 ‘카누’와 전기차 개발을 위한 기술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연초 신년사를 통해 “전동화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2025년까지 11개의 전기차 전용 모델을 포함해 총 44개의 전동화 차량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은 바이오·제약 산업 분야에서 R&D 성과가 빛을 발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이 독자 개발한 혁신 신약 ‘세노바메이트’는 지난해 11월 성인의 부분 발작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시판 허가를 받았다. 국내 기업이 신약 후보 물질 발굴부터 임상 개발, 판매 허가 신청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진행해 FDA의 승인을 받은 것은 SK바이오팜이 처음이다. 당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른 시간에 SK바이오팜의 보고를 받고 “정말 수고했다”는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또 다른 바이오·제약 계열사인 SK케미칼의 예방 백신은 세계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SK케미칼은 2016년 세계 최초로 4개 세포배양 독감 백신인 ‘스카이셀플루4가’를 상용화했고, 2017년에는 세계 두 번째로 대상포진 백신을 개발했다. 2018년에는 국내 두 번째로 수두 백신을 개발했다.


LG그룹은 고급 가전, 차세대 디스플레이, 전기차 배터리, 5세대(5G) 이동통신, AI 등의 분야에서 R&D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LG전자는 협력회사와 R&D를 공동으로 추진하는 상생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부품 개발 단계부터 협력회사와 협업해 신기술과 신공법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또 LG전자는 기술 특허를 중소기업에 무상으로 개방해 협력회사의 R&D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도 이바지하고 있다. 구광모 ㈜LG 대표는 올해 첫 현장 방문으로 18일 LG전자 서초 R&D 캠퍼스를 찾아 임직원을 격려하기도 했다. LG화학은 배터리 사업 부문을 중심으로 글로벌 1위 자리를 겨냥한 혁신적인 R&D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인 미국 GM, 중국 지리자동차 등과 배터리 양산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첨단소재 부문에서도 경량화 소재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신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글로벌 시장을 중심으로 R&D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롯데는 지난해 8월 인도 첸나이에 ‘롯데 인도 R&D센터’를 열었다. 롯데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전환 사업의 글로벌 거점 역할을 할 예정이다. 인도 현지의 정보기술(IT) 인재들과 드론을 활용한 대형 시설물 안전 관리, 빅데이터 기반의 공정 자동제어 솔루션 등 스마트 팩토리를 구현하기 위한 주요 과제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 AI 기반 로봇프로세스 자동화(RPA) 솔루션 구축, 무인 매대 관리 시스템 등도 개발하기로 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달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 대로 발 빠른 R&D에 나선 것이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r&d가희망이다#연구#개발#프론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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