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 나홀로 ‘검은 월요일’…코스피 3.87% 폭락, 시총 56조원 증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4일 17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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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사실상 대한민국이 올 스톱 상태에 빠지면서 주식 외환 등 금융시장도 ‘검은 월요일(블랙먼데이)’을 피하지 못했다. 반면 아시아 지역 다른 증시의 하락폭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유독 한국에 집중되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당분간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87% 하락하며 2018년 10월 11일(-4.44%) 이후 약 1년 4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보였다. 이날 주가 하락으로 시가총액은 약 56조 원 증발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 현대차 등 우량주를 중심으로 7800억 원어치를 팔아치었다. 코스닥지수도 4.30% 내렸다.

아시아 시장에서 블랙먼데이가 연출된 것은 한국이 유일했다. 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는 0.28% 내리는 데 그쳤으며 홍콩 H지수, 대만 자취안지수 등의 하락폭도 1%대 수준이었다. 자자들이 한국 증시를 다른 국가에 비해 더 비관적으로 보고 자금을 빼냈다는 뜻이다.

외환시장도 요동쳤다.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220.2원까지 오르며(원화 가치 하락) 주변 신흥국에 비해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환율 향방은 국내 확진자수 증가 속도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금값은 3거래일째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고, 채권값도 강세를 보였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수출, 투자, 소비 등이 동시 다발로 타격을 얻을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미 국내 주요 사업장들의 임시 폐쇄와 이에 따른 매출 하락이 현실화된 상태다. 22일 삼성전자가 구미 생산라인을 셧다운(일시 업무 중지)했고, 다른 업체들도 언제 확진자가 발생할지 몰라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조선, 철강, 자동차 등 중후장대 산업들은 고정비 지출이 높은 구조 때문에 조업 단축을 하거나 공장이 멈추면 매출보다 영업이익이 더 크게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이미 ING그룹(1.7%), 노무라증권(1.8%) 등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1%대로 예상했고, 앞으로 더 낮아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서울 은행회관에서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외환시장 상황을 각별히 주시하고 있으며 투기 거래 등으로 환율의 일방향 쏠림이 과도하게 확대되면 필요한 조치를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이 무엇이 있는지 전 부처가 모든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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