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부유층이 먹는 특별한 음식…북한 라면 먹어보니 [송홍근 기자의 언박싱 평양]<12>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4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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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박싱평양 12화 주제는 북한 라면입니다. 20대 청년들과 함께 북한 라면을 언박싱해 구석구석 살펴본 후 직접 끓여 먹으면서 한국 라면과 비교합니다.

북한에서는 라면을 즉석국수라고 부릅니다. 경흥은하수식료공장 묘향무역총회사식품공장이 생산하는데요. 소고기맛 검은후추맛 불고기맛 김치맛 해물맛 등이 있습니다. 매운닭고기맛볶음국수는 한국의 불닭볶음면을 봉지는 물론 맛까지 베꼈습니다. 각각의 봉지라면은 자매품인 컵라면도 있는데요. 해물맛 컵라면 뚜껑에는 ‘자연 그대로의 맛’이라고 적혀 있네요. 한국 라면과 달리 분말, 건더기 스프뿐 아니라 액상 스프도 들어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외국 라면을 배격하자”면서 라면 생산을 독려했습니다. 일종의 수입 대체 산업인 건데요. 탈북민들에 따르면 현재 출시되는 형태의 라면을 생산하기 시작한 것은 2015년 경부터입니다. 컵라면이 출시된 것은 2019년이라고 합니다.

한국 라면보다 봉지 당 양은 적습니다. 한국 라면은 120g이 보통인데 북한 라면은 100g이 보통입니다. 평양 마트에서 봉지라면 2달러, 컵라면 3달러 안팎에 팔리는데요. 밀수입한 한국 라면은 1봉지 5, 6달러는 줘야 사먹을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 라면은 누구나 먹는 식품이 아니라 잘사는 사람이 주로 먹는 특별한 음식입니다. 서민들은 장마당에서 옥수수국수를 구입해 배부르게 먹는 것을 선호합니다. 한국 라면, 중국 라면, 북한 라면 순서로 어떤 라면을 먹느냐에 따라 계층을 나눌 수도 있습니다. 노동당 간부 출신 탈북민의 부인인 L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북한에서 한국 라면이 최고 인기예요. 그 다음이 중국산이고요. 요즘에는 가격 경쟁력이 좋아 북한 라면도 잘 팔린다고 들었어요. 중국, 러시아에서 일한 근로자들이 한국 라면을 북한에 전파했습니다. 평양의 잘 사는 집은 한국 라면을 먹어요. 한국 라면이 비싸니 중국산이 주로 유통되다가 5년 전부터 북한산이 나왔습니다.”

한국 라면의 매운 맛은 개성공단 근로자들을 통해서도 북한에 알려졌습니다. 한국 기업이 근로자들에게 나눠준 라면이 장마당에 유통된 건데요.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소개된 초코파이의 단 맛과 커피믹스의 달콤 쌉싸래한 맛도 북한 주민들에게 충격을 줬습니다.

북한은 2012년 한국이 지원하는 수해 위문 물품에 컵라면 300만 개가 들어 있다는 이유로 수령을 거부한 적도 있습니다. 주민들에게 한국 라면의 품질을 보여주는 게 마뜩찮았던 겁니다.

어렵게 구한 북한 라면 중 소고기맛 즉석국수부터 끓여봤습니다. 국물 맛은 한국 라면에 못 미칩니다. 밍밍하다고나 할까요. 면이 풀어지는 속도도 빠릅니다. 국물 맛이 면에 배지 않고 따로따로인 느낌입니다. 컵라면은 선입견과 달리 맛이 꽤 괜찮습니다. 컵 안에 1회용 포크가 들어 있는 것도 색다르고요. 매운닭고기맛볶음국수는 어땠을까요. ‘얼덜덜한’ 맛이 한국에서도 팔릴 만큼 독특합니다.

‘북한이 만든 물건으로 북한을 들여다보는’ 언박싱평양 12화 ‘북한 라면’편 많은 시청 부탁드립니다.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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