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모니터링 기간 기존의 3배 이상… 부정맥 진단율 높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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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손목시계형 심전도 측정기 임상시험’ 최종일 고려대 안암병원 교수
10년후 스마트 모니터링 일상화, 동네의원서도 심장병 상시 체크
제때 치료 못받는 비극 사라질 것

고려대 안암병원은 다음 달 초 손목시계형 심전도 측정기 임상 시험에 돌입한다. 이 측정기는 지난해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규제 샌드박스 1호로 선정된 바 있다. 규제 샌드박스는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이 개발되면 신속하게 출시할 수 있도록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하는 제도다.

이 임상 시험을 주도하는 연구진이 이 병원 순환기내과 최종일 교수(46·사진)다. 최 교수는 심방세동, 심장마비 돌연사 및 유전성 부정맥 등 심장부정맥을 전문으로 진료하고 연구한다. 또 이 병원 정밀의학센터를 열어 유전체 의학을 지휘하고 있다.

손목시계형 심전도 측정기에 대해 최 교수는 “환자의 심전도를 상시 관찰할 수 있어 부정맥 진단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부정맥을 정확하게 진단하려면 24시간 이상 장비를 몸에 부착해야 한다. 증상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측정이 필요하지만 현재 장비로는 일반적으로 최대 48시간까지만 측정이 가능하다. 이 시간을 넘으면 병원에 와서 다시 장비를 교체해야 한다. 하지만 손목시계형 측정기를 사용하면 그런 번거로움 없이 짧게는 2, 3일에서 길게는 일주일 이상 장기간 모니터링이 가능해진다.

최 교수는 10년 후에는 이런 방식의 ‘스마트 모니터링’이 보편적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병원에 등록된 환자라면 누구나 휴대전화 혹은 초소형 칩을 통해 질병을 관리하는 시대가 된다는 것. 이런 시스템이 일반화하면 1차 동네 의원에서도 심혈관 질환의 상시 체크가 가능해진다. 이 경우 대학병원 같은 상급종합병원은 중증 환자 치료를 집중적으로 다루게 될 것이라고 최 교수는 예측했다. 최 교수는 “이 시스템이 정착되면 제때 처치를 못 받거나 급성 질환을 발견하지 못해 비극을 맞는 사람은 크게 줄 것”이라며 “설령 병에 걸렸다 하더라도 일찍 발견을 하거나 처치를 제대로 해서 수명이 훨씬 늘어날 것이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국제 학회에 참석해 보면 미래 의학의 트렌드를 엿볼 수 있다고 했다. 최근 2년 사이 심혈관 질환 국제 학회에서 가장 논의가 많이 되는 분야가 스마트 모니터링, 웨어러블 디바이스 같은 ‘디지털 의학’이라는 것. 디지털 의학만 따로 전문적으로 다루는 학회가 잇달아 생겨날 정도란다.

최 교수는 “국내에는 아직 소개되지 않았지만 미국과 유럽에서는 심혈관 진단과 치료에 활용되는 각종 디지털 디바이스가 잇달아 개발되고 있다”고 했다. 가령 치명적 부정맥이 일어날 때 전기 충격으로 심장 마비를 막는 제세동기에 대한 무선 모니터링 장치가 대표적이다.

최 교수 자신도 피부에 부착하는 초소형 칩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 교수는 “웨어러블 장비는 심장의 전기 신호를 얼마나 잘 증폭시키고 정확하게 분석해 내는가에 달렸다”며 “손목시계는 5년, 초소형 칩은 10년 정도면 대중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고려대 안암병원#심전도 측정#손목시계형 심전도 측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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