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너스의 이야기는 마치 잔혹 동화 ‘푸른 수염’의 여성판 같다. 그는 인디애나주에 있는 자신의 농장으로 부유한 남성들을 초대해 무참히 살해했다. 희생자는 최다 40명으로 추정된다. 그들은 토막 나거나 사지가 뜯긴 시신으로 발견됐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이 실화를 과장 섞은 오락물로 접근하는 유혹에 저자는 넘어가지 않았다. 그 반대에 가깝다. 거너스가 노르웨이계임에 착안해 당대 미국 이민의 역사부터 세세히 짚는다. 입체적 관점으로 당시 사회상과 거너스를 둘러싼 정황을 추적해간다. 심리학자, 성격 연구 전문가, 검시관과 주변 인물의 다채로운 인용구와 상황 묘사는 기나긴 내러티브형 범죄 기사처럼 책에 정서적 긴장을 유지하며 후반부 법정 공방 장면까지 독자를 끌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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