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만든 아카데미 회원들… 리스펙!”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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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제작자 곽신애 대표
“오스카의 변화에 투표, 대단한 일… 女제작자가 상 받는 모습 보여준것,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었다고 생각”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는 “아카데미 캠페인이 ‘기생충’ 흥행에 기름을 부어준 것 같다”며 “오스카는 명예뿐 아니라 산업적 측면이 분명히 있다는 걸 체감했다”고 말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는 “아카데미 캠페인이 ‘기생충’ 흥행에 기름을 부어준 것 같다”며 “오스카는 명예뿐 아니라 산업적 측면이 분명히 있다는 걸 체감했다”고 말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기생충’으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시아계 제작자로는 최초로 작품상을 거머쥔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는 “요즘도 매일 새벽 5시에 눈이 떠진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아카데미 시상식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기까지, 올해 1월 2일부터 2월 11일까지 약 40일간 미국에서 봉준호 감독과 ‘오스카 레이스’를 함께한 그를 20일 서울 종로구에서 만났다.

“역사를 만드는 일이잖아요. 오스카상은 투표를 하는 각 개인이 결정하는 건데 그 투표를 한 사람들이 대단하고 용기 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오스카의) 변화에 대한 두려움 없이 한 표를 던지는 거잖아요.”

작품상 수상 당시를 생각하며 그는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영화 ‘기생충’ 속 대사처럼 ‘리스펙!’을 떠올렸다고 했다.

곽 대표는 봉 감독에 대한 할리우드의 분위기를 ‘록 스타 같은 인기를 누렸다’는 말로 설명했다. “‘기생충’이 노미네이트되면 할리우드 기자들이 그걸 핑계로 봉 감독님을 인터뷰할 기회가 생겨서 즐거워한다는 얘기까지 나왔어요. 봉 감독님이 말만 하면 박수가 나오고 송강호 배우님과 함께 있는 걸 보면 ‘봉송!’ 하며 뛰어올 정도였으니까요.”

봉 감독과 처음 ‘기생충’의 아이디어를 논의한 것은 2015년. 그는 당시 영화 제작 일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이 깊었던 시기였다고 털어놨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하면 영화가 더 잘되지 않을까?” 하는 질문에 누군가가 이렇게 답했다고 했다. “차기작이 봉 감독 영화인데 그만둔다고?”

‘기생충’ 작업에 매달린 2017, 2018년은 그에게 즐겁고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감독 배우 스태프와 함께 신바람 나서 몰입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만둘 생각이 있냐고요? 한국 영화계에서 오스카 작품상 타이틀을 쥔 사람이 없어지는 건 아쉽잖아요. 하하.”

그는 1994년 영화전문지 ‘키노’ 기자로 시작해 영화계에서 마케팅, 제작 등을 두루 거치며 독특한 이력을 쌓았다. 할리우드의 감독, 제작자, 배우들을 만나며 이야기를 듣고 현장을 체험한 경험은 그에게도 큰 자산으로 남았다. 감독이 뭘 원하는지 정확히 파악해야 하거나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비해야 하는 등 전 세계 제작자들의 고민은 그의 고민과 다르지 않았다.

“봉 감독님이 ‘우리 프로듀서다’라고 소개하면 ‘여자네?’ 하는 반응이 느껴졌어요. 어릴 때 저보다 앞 세대 제작사 대표님들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는데, 여성 제작자가 나와서 상을 받는 모습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생충’을 뛰어넘을 차기작을 준비 중이냐는 질문에 그는 웃음을 터뜨리며 손사래를 쳤다.

“봉 감독님이 20년의 인생을 바쳐서 이룬 성과가 ‘기생충’인걸요. 앞으로 제각각 성취를 이룬 감독님들을 만날 텐데 저도 제 스타일로 좋은 감독님들을 지원하고 싶어요.”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기생충 제작자#곽신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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