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론 왜곡 실검 서비스, 일시 중단 아니라 폐지가 답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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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 네이버가 여론 조작 수단으로 악용돼온 실시간 검색어(실검) 서비스를 4·15총선 기간에 한해 일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총선 공식선거운동 기간인 4월 2일부터 15일 오후 6시까지다. 반면 카카오가 운영하는 다음은 어제부터 실시간 이슈 검색어 서비스를 아예 폐지했다.

포털의 실검 순위에는 사람들의 관심사나 여론과는 무관하게 뜬금없는 정치 구호가 오르는 일이 잦아 극성 누리꾼들의 세 과시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에 실검 서비스를 중단 또는 폐지하게 된 계기도 지난해 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때 벌어진 ‘실검 전쟁’이다. ‘조국 힘내세요’ ‘조국 사퇴하세요’라는 구호들이 경쟁적으로 온라인 공론장을 분탕질하자 실검을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한국처럼 뉴스 소비 매체로서 포털 의존도가 높은 나라도 없다. 성인 10명 중 8명은 포털을 통해 디지털 뉴스를 소비하고, 포털 뉴스 이용자 10명 중 7명이 실검 순위를 따라 뉴스를 본다. 특정 정치 세력들이 자기네 견해를 다수가 지지하는 여론인 것처럼 왜곡하기 위해 실검 순위 조작의 유혹을 느끼는 이유다.

네이버는 실검 서비스를 일시 중단하며 ‘선거의 공정성’을 위해서라고 했지만 실검이 평소에도 공정한 여론 형성을 방해하고 편 가르기를 부채질해온 점을 감안하면 선거 때만 반짝 중단하고 말 일이 아니다. 실검 순위를 놓고 몸살을 앓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영미와 유럽권이 사용하는 구글에는 실검 서비스가 없다. 일본 최대 포털 야후저팬도 자체 검색 순위를 공개하지 않는다. 포털 배불리기 외에는 누구에게도 득이 될 게 없는 불량식품 같은 서비스를 계속 유지할 이유가 없다. 네이버도 실검 중단이 아니라 폐지가 답이다.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서비스 일시 중단#4·15총선#여론 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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