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내가 법이다?… 이번엔 측근 대거 사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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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진행하던 TV쇼 출연 인연… 매관매직 前일리노이 주지사 석방
최근 법치주의 훼손 논란에도 줄리아니 인맥까지 사면 조치

사면돼 집으로 간 前주지사 1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범죄를 저지른 최측근과 지인을 대거 사면해 법치주의 훼손 논란에 휩싸였다. 사면 대상에 포함된 
로드 블라고예비치 전 일리노이 주지사가 시카고 자택에서 지지자들과 만나고 있다. 상원의원 자리를 두고 정치적 거래를 시도하다 
14년 형을 받고 복역했던 그는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진행한 TV 쇼에 출연하며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시카고=AP 뉴시스
사면돼 집으로 간 前주지사 1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범죄를 저지른 최측근과 지인을 대거 사면해 법치주의 훼손 논란에 휩싸였다. 사면 대상에 포함된 로드 블라고예비치 전 일리노이 주지사가 시카고 자택에서 지지자들과 만나고 있다. 상원의원 자리를 두고 정치적 거래를 시도하다 14년 형을 받고 복역했던 그는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진행한 TV 쇼에 출연하며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시카고=AP 뉴시스
탄핵 위기를 벗어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과 가까운 거물급 범죄자 11명을 사면하고 감형해 또 법치주의 훼손 논란에 휘말렸다. 그는 10일 러시아 스캔들에 연루된 비선 참모 로저 스톤에 대한 감형을 노골적으로 촉구해 권력남용 비판을 받았다. 이번에는 사면권을 정치적 보상 수단으로 사용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CNN 등은 18일 트럼프 대통령이 횡령, 탈세, 위증 혐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버나드 케릭 전 뉴욕경찰청장, 내부자 거래 혐의로 수감됐던 ‘정크본드의 제왕’ 마이클 밀컨, 사기도박 스캔들에 휘말린 에드워드 디바톨로 전 미식축구 샌프란시스코 49ers 구단주 등 7명을 사면했다고 밝혔다. 이 외에 로드 블라고예비치 전 일리노이 주지사 등 4명을 감형했다.

가장 논란이 되는 인물은 매관매직 혐의로 수감됐던 블라고예비치 전 주지사다. 그는 2008년 버락 오바마 당시 일리노이 상원의원이 대통령에 뽑혀 그 자리가 비자 자신의 선거자금 마련 등을 위해 이를 돈 받고 팔려는 시도를 하다 체포됐다. 상원의원 자리가 비면 주지사가 임시 의원을 임명할 수 있다는 점을 노렸다.

2011년 14년 형을 선고받고 8년째 복역해온 블라고예비치는 수감 내내 자신을 체포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를 비난해왔다. 그는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진행하던 리얼리티쇼 ‘셀레브리티 어프렌티스’에 출연하며 각별한 인연을 이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블라고예비치의 형량이 가혹했다”며 사면을 정당화했다. 또 케릭 전 청장과 밀컨은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던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의 최측근이다.

언론과 야권은 이번 사면 대상이 대부분 돈과 인맥이 탄탄한 백인들이라며 재선 자금 모금을 위한 사면이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디바톨로 전 구단주는 대선의 핵심 경합지인 오하이오 출신이어서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다. 집권 공화당 내부에서도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화당의 일리노이주 하원의원 5명은 ‘부패한 블라고예비치의 사면을 반대한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20일 선고 공판을 앞두고 있는 스톤, 탈세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폴 매너포트 전 선거대책위원장과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사면까지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AP통신은 대통령을 비호하느라 법치주의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사임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스톤 감형을 촉구하는 대통령을 두둔하다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 다만 바 장관의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사임 계획이 없다”고 반박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미국#트럼프#측근 사면#법치주의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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