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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복 두벌로 버틴 대표팀[현장에서/조응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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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복 두벌로 버틴 대표팀[현장에서/조응형]

조응형 스포츠부 기자 입력 2020-02-18 03:00수정 2020-02-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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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가 국가대표 훈련복을 입고 몸을 풀고 있다. 뉴스1
조응형 스포츠부 기자
“훈련복이 오전, 오후에 입을 두 벌만 나온다. 이런 말까지 해야 하는 게 민망하다.”

여자농구 대표팀 막내 박지수(22·KB)는 16일 여자프로농구 하나은행과의 경기가 끝난 뒤 무거운 표정으로 인터뷰실에 들어섰다. 통상 경기 후 공식 인터뷰는 승리 팀의 수훈 선수를 대상으로 한다. KB는 이날 경기에 졌기 때문에(66-74) 박지수가 인터뷰실을 찾을 이유는 없었지만 현장 기자단의 요청으로 자리에 앉았다. 최근 대한민국농구협회의 대표팀 지원 부족에 대해 어렵게 입을 연 박지수에게 들을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은 6일부터 9일까지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조 3위로 올림픽 본선에 진출했다. 12년 만의 쾌거였지만 대표팀 분위기는 무겁다. 주전 3명을 교체 없이 출전시켜 성적을 낸 이문규 대표팀 감독의 선수 기용 방식은 혹사 논란을 일으켰고, 협회의 허술한 지원 등이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여자농구 대표팀은 이번 최종 예선을 앞두고 가슴에 ‘KOREA’가 새겨진 훈련복을 두 벌 제공받았다. 용품 지원이 열악하다 보니 제대로 훈련하기도 힘들었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런 상황이 오랜 세월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2006 아시아경기, 2007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선수권대회 등에서 대표로 활약했던 김은혜 해설위원은 “10년 전에도 그랬다. 훈련이 새벽, 오전, 오후, 야간까지 있다 보니 빨아 입을 겨를이 없어 앞뒤로 뒤집어 입었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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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슈터 강이슬(26·하나은행)은 “우리는 늘 남중, 남고 선수들과 연습 경기를 하는데 외국 여자 선수들과 확실히 차이가 있다”고 털어놨다. 남고 선수들은 체격과 힘에서 여자 성인 선수들에게 앞서지만 경기 운영이나 전술 등이 부족해 국제무대 연습 상대로 좋은 파트너는 아니다. 한국의 국제 친선경기는 인천 아시아경기를 앞둔 2014년 8월 체코에서 열린 4개국 초청대회가 마지막이다. 중국은 지난해 친선경기를 7차례, 일본은 3차례 치렀다.

협회는 훈련복과 관련해 “2주 남짓한 단기 소집이었기 때문에 훈련복을 2벌 제공했다. 훈련복이 부족하다면 이전 대표팀 소집 때 입었던 옷을 가져와 입어도 된다. 주어진 예산 안에서는 최대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습 경기에 대해서는 “올림픽에 진출한 만큼 다른 나라와 친선전을 준비하겠다”는 답을 내놨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2018년 여자 국가대표 훈련비 예산액 2억4668만 원에서 8000만 원 정도를 덜 썼다. FIBA 여자농구 월드컵 국가대표 파견비도 660만 원 정도를 아꼈다. 2017년과 2016년 결산서에도 훈련비와 파견비가 당초 예산보다 적게 나왔다. 협회는 “예산은 지출 가능한 사항을 모두 고려해 최대한으로 책정하기 때문에 실제 지출은 더 적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렇게 절약한 예산이 대표 선수들의 자존심과 바꿀 만한 가치가 있었는지 의문이 남는다. 더 이상 태극마크가 ‘민망하고 부끄러운’ 상징이 아니기를 바란다.
 
조응형 스포츠부 기자 yesbro@donga.com
#대한민국농구협회#여자농구 대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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