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건 한강 구조[횡설수설/이진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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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엔 평온하고 유유히 흐르는 한강이지만, 물속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오염과 부유물 등 때문에 수경 앞에서 자기 손을 흔들어도 안 보일 정도. 물속엔 공사장 등에서 떠내려온 통나무 철근 등 온갖 고체들이 빠른 속도로 흘러간다.

▷서울 한강경찰대 수상구조요원 유재국 경위가 15일 투신자 수색 중 숨졌다. 교각 돌 틈에 몸이 끼었는데 빠져나오지 못해 변을 당했다고 한다. 2018년 8월에는 민간 보트 구조에 나섰던 심모 소방교 등 소방대원 2명이 급류에 휩쓸려 사망했다. 한강 평균 수심은 5m에 불과하지만 베테랑 구조대원들도 잠수했다가 위험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앞이 안 보이는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몸이 뒤집히면 위아래를 구별하지 못해 당황하게 되는데, 이때 심장마비에 걸리기 쉽다.

▷강에 투신해 물속으로 사라져버린 사람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강바닥에서 일렬로 줄을 잡고, 한 손으로 더듬어 가며 찾아야 한다. 체력 소모도 극심한데 공기통만 20kg이 넘는 데다, 떠내려가지 않기 위해 수 kg의 추를 차고, 수색 내내 물살을 거스르며 헤엄을 쳐야 한다. 한강 하류는 유속이 시속 5km 정도인데 2km만 넘어도 몸을 가누기가 힘들다. 심야에 출동하는 구조대원들은 한강 잠수교 인근을 지날 때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밤에 잠수교 위에서 불법으로 낚시를 하는 이들이 있어 출동하던 대원의 목에 낚싯줄이 감긴 적도 있다.

▷안타까운 건, 재난 상황 자체도 위험하지만 구조대원들의 선한 마음 때문에 더 큰 위험에 빠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는 점이다. “아직 살아 있을 것”이라며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실종자 가족들에게 “어두워져서 오늘은 그만해야 한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라도 더 살려보려는 마음에 스스로 ‘조금만 더’를 외치며 잠수 횟수와 시간을 늘리다가 변을 당하기도 한다.

▷구조는 목숨을 건 행동이다. 하지만 ‘설마 그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구조대원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사람들도 많다. 실종자 수색본부가 차려진 곳 바로 옆에서 수상스키, 윈드서핑을 즐기는가 하면, “흥을 깬다”며 수색본부를 옮겨 달라는 사람도 있다. 혼신의 힘을 다해 구해내도 “고맙다”고 하거나, 나중에 찾아오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한다. 수색 작업의 어려움은 고려하지 않고 시신 인양이 늦어지는 것만 질타하는 목소리도 이들을 힘들게 하는 것 중 하나다. 숨진 유 경위의 아내는 임신 중이라고 한다. 심 소방교도 당시 갓 돌이 지난 쌍둥이를 두고 있었다. 유가족들만큼은 더 이상 힘들지 않게 우리가 돌볼 차례다.
 
이진구 논설위원 sys1201@donga.com
#한강 구조#유재국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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