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3차 감염자 발병기 진입”…사스때 처럼 ‘집단 전염’ 재연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29일 17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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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역에서 가족과 친구, 직장 동료가 한꺼번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에 걸리는 집단 전염 사례가 늘어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처럼 지역사회에서 집단 전염이 발생하는 대유행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 “2, 3차 감염자 발병기 진입했다.”


29일 안후이성 허페이시 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이곳 시민인 마(馬·22)모 씨는 19일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돌아와 21일 동창 모임에 참석한 뒤 22일 발병했다. 마 씨와 함께 모임에 참석한 20대 5명도 22~25일 잇따라 발병해 6명 모두 28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안후이성 황산(黃山)시 출신의 옌(顔)모 씨는 17일 우한시에서 한센병 백신 주사를 맞은 뒤 20일 발열 증상을 보였다. 옌 씨 가족 6명은 함께 차를 타고 22일 우한에서 황산시로 돌아온 뒤 잇따라 발병해 28, 29일 3명씩 확진 판정을 받았다.

허난(河南)성 안양(安陽)시에서는 잠복기를 지나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환자 루(魯)모 씨가 아버지와 고모 2명에게 병을 옮기고 아버지에 의해 어머니와 또 다른 고모가 다시 전염되는 3차 감염에 의한 집단 발병까지 발생했다.

24일 톈진에서는 같은 열차 승무원 동료인 3명이 잇따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에서는 23일 가족 내 집단 발병 6건이 보고됐고 27일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에서도 일가족 3명이 집단 전염됐다.

유명 인터넷매체 펑파이(澎湃)는 29일 “곳곳에서 집단 전염이 벌어지고 있다. 최대한 외출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홍콩의 전염병 권위자인 홍콩대 유엔궉융(袁國勇) 교수는 “사스 때 겪은 지역사회 대량 감염이 곧 일어날 것으로 우려된다”며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경고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고위급 전문가팀 소속 리란쥔안(李蘭娟) 중국공정원 원사(院士)는 관영 중국중앙(CC)TV에 “우한에서 각 지역으로 전염된 2차 감염, 심지어 3차 감염자의 잠복기가 지나 발병기에 진입했다”며 “지금이 전염병 발병의 최고조 시기”라고 밝혔다.

중국 사스 사태 때 대응을 주도해 ‘사스 영웅’으로 불리는 중난산(鍾南山) 국가위생건강위원회 고위급 전문가팀장은 신화(新華)토인에 “현재까지는 단기간에 많은 사람을 전염시키는 슈퍼전파자가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후에는 어떻게 될지 확언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이번) 전염병의 ‘제3의 물결’ 상황 때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고도 말했다. 중국에서 제3의 물결은 가정과 병원에서 폭발적으로 전염병이 발생하는 상황을 가리킨다.

● 감염자 베이징 시내 활보에 우려 확산


감염자가 17일 베이징(北京) 시내를 활보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베이징 시민은 물론 한국 교민들의 두려움도 커지고 있다.

베이징일보에 따르면 이날 우한에서 베이징으로 온 이 감염자는 베이징서역에서 남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다. 이를 위해서는 지하철을 한 번 갈아타야 하며 거쳐야 하는 역은 6곳이다. 17일은 중국 내에서 우한 폐렴에 대한 국가적 방역 체계가 시작되기 전이다. 23일 우한 봉쇄가 시작되기 전 이미 베이징 방역망까지 뚫린 것이다.

이에 베이징 등 중국 전역 대도시는 방역을 이유로 시민 자유를 제한하는 각종 통제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베이징은 체온이 높으면 호텔 쇼핑몰 대중교통 이용까지 금지했다. 샨시(陝西)성 시안(西安)은 29일부터 신분증 확인과 등기를 없이 지하철 탑승을 금지했다.

한국 교민들이 많이 사는 베이징 왕징(望京)의 한 아파트 단지는 일부 출입문을 봉쇄했다. 택배를 단지 출입문 구멍을 통해 받게 한다는 증언도 나왔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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